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추운 아침

권영상 2012. 12. 7. 16:20

   

 

 

추운 아침

김영일

 

 

옆집 아이가

화경으로

개미를 쪼이고 있다.

 

추운 아침.

 

 

 

초등학교 5학년 무렵입니다. 그날도 오늘처럼 추웠지요.

학교로 가는데 골목길에 옹크린 참새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폴짝, 폴짝! 움직이긴 하지만 왠지 몸이 부자연스러웠어요. 야구공처럼 자꾸 몸을 옹크립니다.

‘간밤 추위에 온몸이 얼어버린 모양이구나.’

나는 얼른 참새를 감싸 들었습니다.

길갓집 지붕 속에서 바들바들 떨다 여기에 떨어진 모양입니다. 나는 참새를 감싸들고 엄지손가락으로 참새 엉덩이 깃털을 헤쳤습니다. 그리고 호오호오, 똥구멍에다 바람을 불었지요. 똥구멍에 바람을 불면 죽었던 새도 살아난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그렇게 바람을 불며 불며 학교에 갔지만 참새는 살아날 기미가 없었습니다. 나는 윗옷 안주머니에 참새를 넣고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선생님 몰래 참새 잔등에 손을 대어보았습니다. 따스했습니다.

이 공부가 끝나면 어디에 가 참새 똥구멍을 불어줄까, 나는 그 생각만을 했지요. 뒷운동장 창고 옆에 가기로 했습니다. 첫 시간 공부가 끝나자, 나는 창고 곁에 가 안주머니에서 참새를 꺼냈습니다.

“아!”

나는 그만 울면서 돌아섰습니다.

위의 시에 나오는 ‘옆집 아이’도 개미가 추울까봐 화경(볼록렌즈)으로 햇빛을 모아주고 있네요.

(소년 2013년 2월호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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