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손
임길택
서리 온 아침
당번을 하던
영미.
걸레를 빠느라
붉어진 손이
그토록 조그마한 줄을
나는 미처 몰랐다.
학급에 당번이 있던 때가 있었지요. 당번이란 하루씩 제일 먼저 학교에 나와 교실 창문을 열고, 교실 청소를 간단히 하고, 칠판을 또 한번 깨끗하게 닦고, 물걸레를 빨아 선생님 교탁이며 친구들 책상을 닦는 일입니다. 학교가 파하여 집에 갈 때는 창문이며 출입문을 꼭꼭 닫고 담임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맨나중에 돌아갑니다.
형편이 넉넉지 못한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다니면서도 집에서 밥을 지었지요. 부모님이 남의 집 일을 하러 가시는 사이 빨래도 하고, 집안 일도 했습니다. 또 맏언니면 동생들을 돌보기도 했답니다. 그러느라 그들의 작은 손은 쉴 새가 없었고, 추운 겨울에도 빨래를 하느라 손이 빨갰습니다.
그 아이들에게도 당번 차례는 옵니다.
그런 날은 아침 설거지를 분주히 해 놓고, 학교로 달려와 찬물에 걸레를 빨아 교실 구석구석을 또 닦아야 하지요. 요즘처럼 고무장갑이 있던 때가 아니었으니 그냥 찬물에 손을 넣어 걸레를 빨고 비질을 했지요. 그들의 손은 야무졌지만 얼어서 트고 갈라졌습니다. 그렇게 다니다가 돈이 없어 더는 학교에 못 다니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우리 동네 돈만이, 우묵집 봉자, 살구나무집 명숙이.......끝까지 다녔으면 동창생이 되었을 친구들의 이름입니다.
(글 권영상, <소년> 2012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