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공탄
박홍근
조심조심
양손에 구공탄 들고
허리도 못 펴고
살금살금 걷는다
뒤따라 오던 동생이
또 한번 건드리자
화는 나도 구공탄은
사알짝 내려놓고
도망가는 동생을
오빠는 쫓아간다
바람 찬 저녁길에
구공탄 두 개
1980년대만 해도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집이 많았지요. 연탄 난방은 불길이 오래 가지만 방을 골고루 덥히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연히 아랫목 윗목이 생기게 되지요. 아랫목은 연탄 부엌이 있는 쪽인데 추운 겨울엔 거기에 담요 하나를 깔아놓습니다. 들추지 않으면 하루 종일 잘잘잘 담요 밑이 끓지요.
춥고 눈 오는 날,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머니는 그 이불속에서 밥보시기를 꺼냅니다. 지금처럼 전기밥솥이 없던 시절이었으니까 식을까봐 그 속에 묻어두신 거지요. 밥보시기를 만져보면 뜨거울 정도로 보온이 잘 되어 있습니다. 밥뚜껑을 열면 그 안쪽에 고슬고슬한 밥알들이 붙어있지요. 젓가락으로 그걸 떼어먹는 재미도 별나게 좋았지요.
겨울철의 아랫목은 누구네 집이나 따뜻합니다. 거기에 모여 앉아 숙제를 하고, 털실 뜨개질을 하고, 또 누나에게 몰래 민화투를 배웠지요.
“옛날에 말이다. 호랑이가 뻑뻑 담배 피던 그 옛날 옛날에 착한 아들이 살고 있었지......”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도 연탄 때던 아랫목에 둘러앉아 밤이 깊도록 들었지요.
그때에도 형편이 넉넉한 집은 한꺼번에 200장씩 연탄을 들여놓았지만 그렇지 못한 집은 매일 두어 장씩 낱장을 사다가 피웠지요. 연탄구멍에 새끼줄을 꿰어 들고 한 장씩 날라다 추운 겨울을 간신히 났습니다.
(소년 2013년 1월호, 글 권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