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손 엄마의 손 임길택 서리 온 아침 당번을 하던 영미. 걸레를 빠느라 붉어진 손이 그토록 조그마한 줄을 나는 미처 몰랐다. 학급에 당번이 있던 때가 있었지요. 당번이란 하루씩 제일 먼저 학교에 나와 교실 창문을 열고, 교실 청소를 간단히 하고, 칠판을 또 한번 깨끗하게 닦고, 물걸레를 빨..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10.05
눈 내리는 밤 눈 내리는 밤 강소천 말없이 소리없이 눈 내리는 밤 누나는 잠이 들고 엄마도 잠이 들고 말없이 소리없이 눈 내리는 밤 나는 나하고 이야기하고 싶다. 구름빛이 검고 날이 조용하면 어김없이 눈이 오지요. 아닌게 아니라 오토바이를 몰고 달려오듯 벌써 저쪽 큰길에서 이쪽으로 눈이 오고..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9.07
누나 사는 동네 그림: 백향란 누나 사는 동네 권정생 우리 동네 양반 동네 누나 사는 동네 상놈 동네 개 코딱지 동네. 나랑 살지 않고 혼자 갔기 때매. 나 없이도 누난 좋아 갔기 때매. 코딱지 동네! 코딱지 동네! “누우나아!” “누우나아!” 메아리도 함께 불러 주는데 모른 체 혼자 사는 누나 사는 동네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8.16
저녁 그림, 백향란 저녁 이원수 저녁밥상에 아기가 운다. 밀가루 수제비에 트집이 났다. 어머니는 달래다 화를 내시고 아기는 밥내라고 더 소리친다. 달님이 들창으로 들여다 보고 창밖엔 코스모스가 듣고 있었다. 집 뒤 솔숲 끝에 웅뎅집이 있었지요. 소나무숲 언덕 밑 푹 꺼진 땅에 있는 집이..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8.16
개구리 개구리 한하운 가갸 거겨 거겨 고교 그기 가. 라랴 러려 로료 루류 르리 라. 여름밤이면 마당가 오동나무 그늘에 멍석을 깔아놓고 저녁을 먹었지요. 아버지가 들일을 마치고 돌아오시면 보통 저녁이 늦지요. 한 식구 여덟 명이 외등을 켜고 둘러앉아 저녁을 먹을 때면 으레 사람을 성가시..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풀 잎 풀 잎 박성룡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 속에서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그러나,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산비 산비 백 석 산뽕잎에 빗방울 친다. 멧비둘기가 난다. 나무등걸에서 자벌기가 고개를 들었다. 멧비둘기 켠을 본다. 예전, 시골집에서는 닭을 쳤지요. 열 마리는 되었습니다. 그쯤 되면 놓아 기를 수 없어요. 아, 이 녀석들이 채소밭을 휘삼으며 채소를 다 쪼아먹거든요. 그러니 자연 닭장에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꽃씨 꽃씨 최계락 꽃씨 속에는 파아란 잎이 하늘거린다. 꽃씨 속에는 빠알가니 꽃도 피어 있고 꽃씨 속에는 노오란 나비 떼도 숨어 있다. 작년 5월입니다. 베란다 화분에 나팔꽃씨 여섯 톨을 심었습니다. 이 씨앗 여섯 톨이 일 년내내 우리를 기쁘게 해줄 줄 그때는 몰랐지요. 화분 흙을 밀치고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총소리 총소리 이오덕 탕! 총소리가 난다. 또 한 마리가 죽었나 보다. 대숲의 참새들이 다 죽고 나면 엄마야, 쓸쓸해서 어이 사나? 대들도 멍청히 서서 어이 사나? 엄마야, 내가 먹는 밥알 새들에게 나눠주고 언제나 새소리 들으며 살아갈 그런 마을에 가자. 탕! 또 한 마리가 죽었나 보다. “알베..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아침식사 때 아침식사 때 애드거 A 게스트 우리 아빠는요, 아주 재미나게 아침을 먹지요. 식사를 할 때면 얼굴을 감추어요. 엄마가 음식을 앞에 놓아 드리면 자리에 앉죠. 그러고 나서 신문을 들면 아빠 얼굴이 사라지지요. 신문 뒤에서 들리는 후후 커피 부는 소리, 토스트 씹는 소리. 아빠가 제일 좋..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