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잎
박성룡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 속에서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그러나,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되어 버리거든요.
소년은 매일 아침, 건너편 높은 산 위의 큰 바위 얼굴을 바라봅니다. 그것은 커다란 바위들로 이루어졌는데 마치 사람의 얼굴을 닮았지요. 빛나는 아침 햇살을 받으면 살아있는 사람의 얼굴처럼 온화해 보입니다.
‘나도 저 큰 바위 얼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소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자랍니다. 자라면서 돈 많은 부자를 만났고, 권력을 쥔 정치가를 만났고, 훌륭한 연설가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멋진 시를 쓴다는 시인도 만났습니다. 그러면서 소년은 그들이 갖추지 못한 점을 채워가며 어른이 되었고, 마침내 온화하고 감동적인 큰 바위 얼굴이 되었다는 이야기. 미국 작가 나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이라는 소설의 줄거리입니다.
소년은 많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큰 바위 얼굴을 먼저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큰 바위 얼굴의 온화함을 닮아갑니다. 큰 바위 얼굴은 몇 개의 돌덩이로 만들어진 ‘자연’입니다. 자연은 사람이 지니고 있는 것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지요. 그런 탓에 가까이하면 할수록 자연이 지닌 부드럽고, 신비하고, 아름다운 힘을 닮아가게 됩니다. 이 시의 <풀잎>도 풀잎을 통해 저도 모르게 풀잎처럼 깨끗하게 닮아간다고 말하잖아요.그치요? (소년 2012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