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개구리

권영상 2012. 6. 20. 10:46

 

 

 

 

 

 

개구리

 

                한하운

 

 

가갸 거겨

거겨 고교

그기 가.

 

라랴 러려

로료 루류

르리 라.

 

 

 

 

여름밤이면 마당가 오동나무 그늘에 멍석을 깔아놓고 저녁을 먹었지요. 아버지가 들일을 마치고 돌아오시면 보통 저녁이 늦지요. 한 식구 여덟 명이 외등을 켜고 둘러앉아 저녁을 먹을 때면 으레 사람을 성가시게 하는 놈이 있지요. 모기입니다. 그때를 위해 아버지는 꼴짐에서 생풀 한아름을 내려 모깃불을 피우십니다. 뭉깃뭉깃 피어오르는 모깃불 곁에서 저녁을 먹고 오이밭에 나가면 반딧불이가 꽁지에 불을 켜고 리듬을 타듯 어룽어룽 날아다닙니다. 반딧불이가 가는 곳은 주로 집앞 무논입니다. 반딧불이를 쫓다가 무논 앞에 멈추면 귀청을 때리는 녀석들을 또 만나게 됩니다. 목이 터져라 우는 개구리들입니다. 개굴개굴 우는 놈, 개구럭개구럭 우는 놈, 고굴짝고굴짝 우는 놈, 삐죽빼죽 우는 놈, 방구방구 우는 놈, 고자고자 우는 놈, 댓끼댓끼 우는 놈, 가갸거겨 우는 놈.....

울어도 무논이 날아가라 하고 웁니다.

“좀 조용히 못 해!”

참지 못해 흙덩이를 던지면 뚝, 그치다가도 돌아서면 고집 센 아이처럼 또 기를 쓰고 울어댑니다. 그렇게 울던 개구리 울음도 밤이 이슥해지면 제풀에 스러지고, 나는 고단한 잠속으로 빠져듭니다. 그때가 8월의 밤입니다. (소년 201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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