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
백 석
산뽕잎에 빗방울 친다.
멧비둘기가 난다.
나무등걸에서 자벌기가 고개를 들었다.
멧비둘기 켠을 본다.
예전, 시골집에서는 닭을 쳤지요. 열 마리는 되었습니다. 그쯤 되면 놓아 기를 수 없어요. 아, 이 녀석들이 채소밭을 휘삼으며 채소를 다 쪼아먹거든요. 그러니 자연 닭장에 가두어 키워야지요. 가두면 여기저기 똥도 안 싸고, 파헤치지도 않아 좋아요. 그 대신 모이를 대어야 합니다. 닭모이 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찾아보면 방법은 다 있지요. 그게 시골이지요. 논에는 통통하게 살찐 벼메뚜기가 많습니다. 닭들은 이 벼메뚜기를 좋아하지요. 학교에서 돌아오면 나는 빈 술병을 들고 벼메뚜기를 잡으러 논에 나갑니다. 하루 한 병씩은 잡아야 했지요. 그러자니 나의 메뚜기 잡는 기술은 나날이 늘었지요. 그러는 만큼 메뚜기들은 또 안 잡히려고 온갖 기술을 썼지요.
일단 논에 들어서면 사람이 온 걸 눈치 챈 메뚜기들이 저만큼씩 풀쩍풀쩍 날아 달아납니다. 그러나 약은 메뚜기들은 사람 눈을 피해 잔걸음으로 벼포기 뒤에 가 쏙 숨습니다. 그걸 사람의 꼬누는 눈이 못 볼 리 없지요. 잽싸게 손을 날려 벼포기 뒤의 메뚜기를 잡아챕니다. 그렇게 한 병씩 잡아다 닭장에 풀어줍니다. 암탉들은 그걸 먹고 굵은 알을 낳았습니다. 이 시의 자벌레와 멧비둘기의 관계도 그때 나와 메뚜기의 관계처럼 먹고 먹히는 사이라는 걸 알 수 있군요. (소년 2012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