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아침식사 때

권영상 2012. 6. 20. 09:52

 

 

 

 

아침식사 때

 

                             애드거 A 게스트

 

우리 아빠는요, 아주 재미나게 아침을 먹지요.

식사를 할 때면 얼굴을 감추어요.

엄마가 음식을 앞에 놓아 드리면 자리에 앉죠.

그러고 나서 신문을 들면 아빠 얼굴이 사라지지요.

신문 뒤에서 들리는 후후 커피 부는 소리, 토스트 씹는 소리.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건 아침신문 같아요.

 

 

 

 

아침 출근 시간은 전쟁이지요.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그 순간부터 바빠집니다. 우선 현관문을 열고 아침 신문을 들여오지요. 훌쩍훌쩍 넘기며 기사 제목만 읽지요. 그 사이 엄마는 아침밥을 차립니다. 가스불을 올리고, 전자레인지를 돌리고, 국을 끓이고, 냉장고문을 여닫고, 식탁 위에 달각달각 수저를 놓지요. 신문 그만 보고 밥 먹어라! 엄마가 외치면 신문을 든 채 식탁 앞에 앉아 신문을 읽으며 밥을 떠넣지요.

“밥이 콧구멍으로 들어가겠다!”

엄마가 참지 못하고 소리치지요. 콧구멍이 먹는 둥 입이 먹는 둥 밥을 먹고나면 세수를 하지요. 와이셔츠를 입지요. 넥타이를 매지요. 바지를 입지요. 자켓을 입지요, 양말을 신지요. 그러고는 가방을 집어들고 현관문을 나서다 앗! 하고 다시 돌아섭니다.

거기 휴대폰 좀 찾아줘요! 주머니 속 지갑 좀요! 장갑 좀요! 어제 입었던 웃옷의 볼펜요! 아니, 오줌이 또 마렵네. 배는 이 시간에 왜 아플까!

한바탕 그러고는 헐레벌떡 집을 뛰쳐나가지요. 그야말로 전쟁이지요. 위 시의 아빠는 아예 아침 신문을 먹는군요. 후후 불면서 쩝쩝 씹으면서. (소년 201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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