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백향란
참새의 얼굴
박목월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을 하고
참새가 한 마리
기웃거린다.
참새의 얼굴을
자세히 보라.
모두들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이다.
아무래도 참새는
할 얘기가 있나 보다.
모두 쓸쓸하게 고개를 꼬고서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들이다.
늦가을이면 아버지는 마당에서 참깨를 터셨지요. 커다란 보자기를 깔고 그 위에 앉아 작은 막대기로 툭툭 참깨단을 두드렸지요. 그러면 오소소 참깨들이 참깨단 아래 쏟아져 쌓입니다. 그런데 참깨들 중엔 엄살이 심한 녀석들이 있지요. 이 녀석들은 막대기에 맞으면 소스라치듯 놀라 먼데로 달아납니다.
이때에 엄살이 심한 참깨들을 노려보는 눈이 있지요. 담장 위에 앉아 군침을 흘리고 있는 참새들입니다. 참새는 눈이 또록또록 합니다. 달아나는 참깨 한 낱까지 다 보지요. 한 낱 두 낱 세 낱......드디어 참새들은 안마당에 날아내려 꼬독꼬독 참깨를 쪼아먹습니다.
“요 나쁜 녀석들!”바로 그때입니다. 이들을 지켜보던 눈이 또 있었지요. 강아지랍니다. 강아지가 달려나와 참새들을 쫓지요. 참새들이 폴짝 날아갑니다. 그러다가 강아지가 한눈을 팔면 또 폴짝 날아내려 참깨를 쪼아먹지요. 쪼아먹고 쫓아내고, 쪼아먹고 쫓아내고.... 그래도 아버지는 이 일을 못 본 체 그냥 둡니다. 사람 혼자만 먹을 일이 아니니까요. 이 시에 나오는 참새들도 뭔가 먹을 것이 부족해 쓸쓸한, 화자의 예쁜 자식들이 아닐까 합니다. (소년 2012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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