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거짓부리

권영상 2012. 6. 20. 09:49

 

거짓부리

 

                윤동주

 

똑 똑 똑

문 좀 열어주세요.

하룻밤 자고 갑시다.

밤은 깊고 날은 추운데,

거 누굴까?

문 열어주고 보니

검둥이의 꼬리가

거짓부리한 걸.

 

꼬기요 꼬기요

달걀 낳았다.

간난아, 어서 집어 가거라.

간난이 뛰어가 보니

달걀은 무슨 달걀

고놈의 암탉이

대낮에 새빨간

거짓부리한 걸.

 

 

 

 

제 집이 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검둥이는 맨 마당에서 자지요. 사정이 괜찮은 집 검둥이는 사람이 자는 방 문 앞 마루나 봉당에 엎드려 추운 밤을 보냅니다. 방안에서 새어나오는 온기를 그런대로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잠을 자다가도 낯선 발소리를 들으면 추운 김에 컹컹컹 목을 놓아 짖습니다. 검둥이의 제일 큰 임무는 집을 지키는 일입니다.

검둥이에겐 운수 좋은 날도 있습니다.

주인이 밥 먹다 말고 ‘워리!’하고 부를 때입니다. 그 소리를 들은 검둥이는 잽싸게 방안으로 달려듭니다. 거기엔 방금 아기가 눈 따끈한 똥이 있습니다. 검둥이는 그걸 홀홀홀 맛있게 핥아 먹고는 기분좋게 돌아나옵니다. 살다보면 뭐 이런 날도 검둥이에게 있습니다.

암탉은 알을 낳으면 모이를 한번 더 얻어먹을 수 있지요. 그걸 아는 암탉은 거짓부리로 꼬꼬꼬 신호를 보냅니다. 약았지요? 청개구리가 울면 비가 온다했고, 노을이 붉으면 가문다고 했지요. 까치가 짖으면 손님이 온다했고, 까마귀가 울면 불길한 일을 만난다고 믿었지요. 예전 사람들은 그 신호가 틀린 줄 알면서도 그걸 믿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았지요. (소년 201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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