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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를 위하여

애벌레를 위하여권영상  요즘 그 애 방문은 꼭 닫혀있다.아무도 가로막지 않지만대체로 출입 금지다.그 애는 은실로 만든 문을 꼭 닫고 앉아무언가에 몰두해 있다.그 애를 못 본 지 벌써 오래다.어쩌면 꿈 한 가지를 공들여 키우고 있을지 모른다.요즘은 그 애가 하는 일을방해하지 않기 위해 나는 꽃 피우는 일을 잠시 멈추고 있다.나는 그 애를 좋아한다.볼일을 다 마치면그 애는 닫힌 문을 열고 나를 향해훨훨 날아올 테다.  2024년 여름호

'동시 백화점' 출간

권영상 동시집 (국민서관) 출간 -세상에 없는 것만 팝니다 세상에 없는 것만 팝니다. 권영상의 22번째 동시집 (국민서관) 이 드디어 출간 되었습니다. 차례 층별 안내 안내 데스크 1층 마음관 -힘들 때는 위로를 기쁠 때는 더 큰 행복을 나누어요. 2층 계절관 -4계절에는 각각의 향기가 있지요. 3층 곤충관 -오늘도 바쁘게 자신의 할일을 해내는 작은 생물들을 응원해요. 4층 잡화관 -없는 것 빼고 다 있답니다. 5층 하늘 공원 -하루에 한번씩 하늘을 올려다 보면 저 멀리 우주까지 보일지도요. (머리말) 그림자를 바꾸세요, 파랑줄무늬 그림자로 꿈속을 여행해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혹시 과거의 어느 한 순간으로 잠깐 돌아가 보고 싶지는 않으신가요. 매미는 체면없이 여기저기서 옷을 벗네요. 매미를 위해 탈의실..

오지연 동시집 <개미야 미안해> 해설

울새들아, 안녕! (권영상, 시인, 전 한국동시문학회 회장) 아침에 함박눈이 내렸어요. 그때 나는 눈으로 울새 두 마리를 만들어 배롱나무 가지에 올려놓았지요. 예쁘게 노래하렴! 그러고 점심 무렵에 나가 보니 울새가 사라지고 없었죠. 아니, 그 사이에? 날아갔다면 어디로 날아갔을까? 내가 생각나면 혹시 연락쯤 해주지 않을까? 막 그러고 있는데 방안에서 휴대폰 수신음이 들렸지요. 옳지. 울새들이구나! 하며 달려가 휴대폰을 집어들었지요. 여보세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저쪽 울새 목소리를 기다렸지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제주도 사는 오지연입니다. 울새가 아니고 울새처럼 예쁜 목소리를 가진 오지연 시인이었습니다. 나는 오지연 시인을 아주 잘 알지요. 아주 재미있게 시를 쓰시는 흥미로운 시인이지요. 제주가 ..

문학비평 2024.04.07

설해목

설해목 권영상 산속 샘터에서 10분 남짓 걸어 들어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그 갈림길에 이르기 바로 전이다. 버팀목에 의지한 채 산비탈에 서 있는 소나무를 바라본다. 15년생쯤 되는 나무다. 다행히 아무 이상이 없다. 내가 말하는 ‘아무 이상’이란 소나무가 시든다거나 살 가망이 없음을 뜻한다. 그 엄혹한 날로부터 벌써 달포가 지났다. 지금도 그때 일이 잊히지 않는다. 지난 2월 22일다. 그날 서울엔 폭설이 내렸다. 폭설 전부터 오랜 시간 찬비가 내렸고, 비는 다시 진눈깨비로 바뀌었다. 밤이 되면서 진눈깨비는 다시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자고 일어나 창문을 열면서 나를 탄성을 질렀다. “세상이 설국으로 변했구나!” 간단한 요기를 마치고 산에 올랐다. 산 역시 어마어마한 눈에 묻혀 있었다. 진눈깨비 끝에 내린..

봄밤, 산장의 여인

봄밤, 산장의 여인 권영상 “아무도 날 찾는 이 어없는.” 우리가 앉은 탁자 건너 건너편 여자분이 ‘산장의 여인’을 또 부른다. 부르긴 하지만 한 소절, 그쯤에서 노래를 그친다. 그리고는 음식점에서 노래 부르는 게 미안했던지 우리를 바라보며 “손님, 미안합니데이.” 한다. 반쯤 술에 취한 목소리다. 합석한 여자분이 언니, 올해 몇인데 손님 있는 음식점에서 노래 불러? 하며 농을 한다. “내가 몇 번 말해줘야 아냐? 이 언니가 소띠라구! 소띠!” 두 분은 우리가 이 음식점에 들어오기 전부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동해안 사천에 일이 있어 내려왔다가 1박을 할 생각으로 여기 속초까지 왔다. 밤 8시 30분. 물치항 생선회 센터를 찾아가다가 혹시 싶어 이 불켜진 매운탕 음식점 안을 들여다봤다.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