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가로등 백우선 볼 켜 든 엄마가 집 앞에 나와 섰다. 기다려도 안 오시는 아빠. 엄마는 저만큼 걸어나가 당산나무 옆에도 서 있다. 그래도 안 오시는 아빠. 엄마는 더 걸어 나가 냇가에도 서 있다. 버스가 다니는 큰길까지 마중 나가 엄마는 서 있다. 아빠가 오시는 길에 불 켜 든 엄마가 죽 .. 젊은 시인들의 동시 2012.07.05
가난의 자리 가난의 자리 김유진 비가 많이 오면 아래로 아래로 흘러 가장 먼저 잠기는 반지하 셋방 눈이 많이 오면 쌓이고 또 쌓여 오도 가도 못하는 언덕빼기 달동네. 젊은 시인들의 동시 2012.07.05
하나도 안 아픈 일 하나도 안 아픈 일- 성명진 대문간까지 기어 나간 강아지를 집에 데려다 놓으려고 어미 개가 강아지 등을 무는 일. 걸음마 시작한 아기가 아장아장 걸어 아빠 품에 안겼을 때 아빠가 아기 손가락을 무는 일. 아플 것 같은데 정말 하나도 안 아픈 일. 젊은 시인들의 동시 2012.07.04
밤길 위 밤길 위 성명진 점 하나가 오고 있다. 동네 앞에도 작은 점 하나가 서 있다. 길 위엔 두 점만 있다. 이윽고 두 점이 가까워진다. 그러더니 말소리가 들린다. 상우냐, 예, 아버지. 한 점이 다른 점에게 안긴다. 커진 점 하나가 집으로 간다. 젊은 시인들의 동시 2012.07.04
물수제비 물수제비 곽해룡 나를 닮은 돌멩이 하나 강 저편 향해 던진다. 건널 수 있을까. 겅중 겅중 겅중..... 물 위를 걷다 사라진 돌멩이. 강바닥을 기어서 건너고 있을 거야. 젊은 시인들의 동시 2012.07.04
나무와 새 나무와 새 양 재 홍 나뭇가지를 키우는 건 아기 새들의 울음소리다. 아기 새들이 하나 둘 늘어날 때마다 그들에게 새 의자를 마련해 주려고 나무는 한 뼘 두 뼘 가지를 하늘로 밀어 올린다. 젊은 시인들의 동시 2012.07.04
귀이개 귀이개 유미희 빛 한 줄기 없는 좁은 굴속에 들어가 귓밥을 데리고 나온다. 조심, 조심 벽에 착 붙어 나오지 않으려는 고집 센 녀석이나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숨은 녀석이나 살살 달래서 데리고 나온다. 성냥개미만한 고놈 참 기특하다. 젊은 시인들의 동시 2012.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