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의 잠 발의 잠 신새별 서울역 광장에서 잠자는 아저씨의 까만 맨발이 종이상자집에 누워 잔다. 어릴 적 뽀얗던 발이 까맣게 잠들어 있다. 어머니가 두 손으로 씻겨 주었을 발 힘없이 자고만 있다. 곧 서리가 내린다는데... 아들딸한테 돌아가는 꿈이라도 꾸는지 엄지발가락이 꼼지락 꼼지락 신.. 젊은 시인들의 동시 2012.07.05
오늘은 토요일 오늘은 토요일 이주남 (시조시인, 미국서 동시 쓰기 공부함, 실버스타인 스타일임) 난 오늘 학교에 못 가요. 내 머리카락이 다 빠지는 것 같아요. 팔꿈치는 잘 펴지지도 않고 허리뼈는 휘어졌어요. 체온을 재보니까 40도에요. 귓구멍은 오그라붙었는지 아무 것도 안 들려요. 귓바퀴는 계속 .. 젊은 시인들의 동시 2012.07.05
눈 눈 이창건 가랑잎이 떠난 빈자리에 하얀 눈이 내린다. 풀들이 떠난 빈자리에 하얀 눈이 내린다. 빈자리를 채우려 하늘이 내려 주는 하얀 눈 빈데를 사랑하게 하는 하늘의 하얀 손 젊은 시인들의 동시 2012.07.05
내가 다 알거늘 내가 다 알거늘 이오자 골목에서 마주친 검은 고양이. 꼬리 반듯 세우고 고개까지 쳐들고 사뿐사뿐 양반처럼 도도하게 걷는다. 요 앙큼한! 개밥 훔치려고 담장 넘다 딱 걸려 미-얀- 미-얀- 빌던 짓을 내가 다 알거늘 젊은 시인들의 동시 2012.07.05
엄마 이름을 불러봤지 엄마 이름을 불러봤지 박예자 외할머니가 우리 엄마 이름을 “수정아, 수정아!” 부르셨지. 나도 엄마 이름을 불러 봤지. 방문 뒤에 숨어서 “수정아, 수정아!” 젊은 시인들의 동시 2012.07.05
이불 이불 오선자 내일은 이겨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해도 이불의 힘 이길 수 없어요. 아침마다 나를 꼭 안고 놓아주지 않아요. 언니도 아빠도 꼼짝 못해요. 젊은 시인들의 동시 2012.07.05
빨랫줄에서 빨랫줄에서 강현호 엄마 옷과 내 옷이 나란히 빨랫줄에 걸려 있다. -너, 오늘 공부 시간에 선생님 말씀 잘 들었니? -네. 엄마 옷과 내 옷이 바람에 흔들리며 엄마와 나처럼 소곤소곤 얘기하고 있다. 젊은 시인들의 동시 2012.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