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창문 권영상 나비들이 소 발자국에 고인 빗물에 모인다. 나비 날아간 뒤에 가보니 거기 하늘이 있다, 파란. 그쪽 하늘로 가는 창문인 줄 알았나 보다. <시와동화> 2013년 봄호 내동시 참깨동시 2013.03.01
태풍이 간 뒤 태풍이 간 뒤 권영상 태풍이 막금이 아저씨네 과수원을 뒤흔들어 놓고 갔다. 사과가 다 떨어졌다. 그 중에 막금이 아저씨 심장도 하나 떨어져 울고 있다. <시와동화> 2013년 봄호 내동시 참깨동시 2013.03.01
꽃구경 꽃구경 권영상 꽃 보러 가자고 해 꽃구경 갔더니 꽃은 한 일 주일 뒤에나 필 거란다. 아빠는 봄날은 간다며 노래를 부르고 엄마는 좀 똑똑히 알고 다니라며 성화다. 꽃 보러 가자고 해 꽃구경 왔더니 찬바람과 꽃망울이 종일 싸운다. <문학세대> 2013년 3월 내동시 참깨동시 2013.03.01
사과벌레랑 결혼했지 사과벌레랑 결혼했지 권영상 이모는 사과벌레랑 결혼 했지. 그래서 살림집은 당연히 사과 속이지. 둥글고 예쁜 방에 빨간 커텐을 친 유리창. 놀라지마. 설탕으로 지은 달콤한 집이야. 이모는 스물여덟 사과벌레랑 결혼했지. 그래서 지금 달콤하지. <문학세대> 2013년 3월호 내동시 참깨동시 2013.03.01
동요 노랫말 8편 <동요 노랫말> 길 권영상 샘터에 가는 데도 길이 있고 바다에 가는 데도 길이 있다. 네게로 가는 데도 길이 있고 내게로 오는 데도 길이 있다. 아, 서로 서로에겐 길이 있다. 꽃바람 권영상 살구나무 가지 사이로 꽃바람 분다. 어럴럴 둥둥둥 꽃바람 분다. 빙그르르 빙그르르 빙그르르. .. 내동시 참깨동시 2013.01.31
내 마음의 손 내 마음의 손 권영상 이리저리 흔들리는 내 마음은 누가 잡아주나? 그때를 위해 내 안에 손을 넣어주신 분이 있다. 어머니. 나는 그 손으로 흔들리는 내 마음을 잡는다. 아무도 날 위로해 주지 않을 때 그 손으로 내 아픈 마음을 쓰다듬는다. 권영상 동시집 <잘 커다오, 꽝꽝나무야> 문.. 내동시 참깨동시 2013.01.17
아무리 크면 뭐하겠어 아무리 크면 뭐하겠어 권영상 산이 아무리 크다 해도 그 안에 옹달샘 하나는 있어야 산도 산이라 할 수 있지. 아무리 하늘이 크다 해도 그 안에 별 하나 없다면 그런 하늘은 정말 하늘도 아니지. 들판이 아무리 크면 뭐하겠어. 그 안에 들꽃 한 송이 피지 않는다면 그런 들판은 들판도 아니.. 내동시 참깨동시 2013.01.17
홍당무를 모르지 홍당무를 모르지 권영상 홍당무가 투명한 랩에 싸여 수퍼에 진열된 것만 본 사람은 홍당무를 모르지. 홍당무가 지렁이와 살고 풀개구리와 살고 두더지들 발톱에 마음 조이며 산다는 걸. 송송송 썰린 홍당무가 볶음밥 위에 올라온 것만 본 사람은 제대로 홍당무를 모르지. 홍당무가 여름.. 내동시 참깨동시 2013.01.17
잃어버린 나의 추억들 잃어버린 기억들 권영상 엄마 뱃속에서 살았던 열 달의 추억은 어디로 갔을까. ‘잼잼’을 잘 했다는 한 살 적 내 소중한 추억들은 또 누가 가져갔고, 말을 배울 때 눈망울을 또랑거렸다던 어린 날의 내 기억들은 정말 어디로 갔을까. 이 세상 오기 전에 어디서 살았니? 라고 물을 때 나는 .. 내동시 참깨동시 2013.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