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들고 있는 연필 내가 들고 있는 연필 권영상 지금 내가 들고 있는 연필이 종이 위에 ‘나’를 쓴다. 지금 내가 들고 있는 연필이 종이 위에 ‘꿈’을 쓴다. 연필은 나를 찾아 여기로 왔다. 그런 연필의 몸에서 향기가 난다. 지금 내가 들고 있는 연필이 종이 위에 써놓은 ‘꿈’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 내동시 참깨동시 2013.05.02
분꽃씨 아들 분꽃씨 아들 권영상 뜰앞 분꽃이 요렇게 예쁜 녀석을 두고 갔다. 분꽃씨 아들 눈이 까만 게 똘망똘망하다. 공부를 한다면 아주 큰 인물이 되겠고 가게를 연다면 아주 큰 분꽃향수가게 주인이 되겠다. 야무지게 생겨서 꽃 피우는 일을 시킨대도 똑, 소리나게 하겠다. <문학세대> 6월호 내동시 참깨동시 2013.04.28
아버지의 손 아버지의 손 권영상 나무는 손이 참 많다. 저렇게 많은 손으로 햇볕을 모은다. 나무 한 그루가 자라는 데 얼마나 많은 손이 필요했던가. 거기에 비하면 아버지는 겨우 두 개의 손으로 우리 집을 먹여 살린다. 동시집 <잘 커다오, 꽝꽝나무야>(문학동네) 내동시 참깨동시 2013.04.21
바늘귀 바늘귀 권영상 단추 하나라도 달자면 우선 네 작은귀를 빌려야 한다. 아무리 급하여도 네 귀는 바쁘게 소리치면 듣지 못한다. 손나팔을 하고 먼 데 메아리를 부르듯 외쳐도 못 듣는 너는 정작 가만 가만히 속삭이면 얼른 듣는다. 귀에 가까이 눈을 두고 다정한 손길로 실 끝을 건네면 언제.. 내동시 참깨동시 2013.04.19
쇠별꽃 쇠별꽃 권영상 아파트 뒷마당에 핀 쇠별꽃. 너무 작아 무릎을 꿇고 앉아 본다. 이 낮은 데까지 내려온 봄햇볕이. <문학타임> 2013년 5월호 내동시 참깨동시 2013.03.31
지구 한 바퀴 지구 한 바퀴 권영상 시계가 한 바퀴 돌았다. 지구는 그동안 반 바퀴 돌았다. 이제 지구가 할 일은 아이들 집에 보내고 저녁을 먹이고 너무 늦기 전에 잠을 재우는 일이다. <문학타임>2013년 5월호 내동시 참깨동시 2013.03.31
하, 죽겄네 하, 죽겄네 권영상 호랭이 등허리를 꽉 밟고 까쳉이가 깟, 하고 쫀다. 하, 죽겄네! 호랭이가 실쭉 웃는다. 또 깟, 하고 쫀다. 하, 죽겄네! 호랭이가 오좀을 찔끔 싼다. 까쳉이가 또 깟, 하고 쫀다. 하, 죽겄네. 시원해 죽겄네. <열린아동문학 2013년 여름호> 내동시 참깨동시 2013.03.31
풀꽃의 귀 풀꽃의 귀 권영상 풀꽃의 귀는 너무 작아 허리를 낮추어 속삭여야 귀에 들린다지. 누구보다 지금 네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한다지. <열린아동문학>2013년 여름호 내동시 참깨동시 2013.03.31
꽃이 필 때 꽃이 필 때 권영상 꽃 피는 동안은 제발 바람 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바람이 불어야 꽃이 흔들리지.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얘야, 어떻게 향기를 멀리 보낼 수 있겠니? <어린이동산>2013년 5월호 내동시 참깨동시 2013.03.31
눈 온 아침 눈 온 아침 권영상 간밤 눈 왔다는 소식에 아파트 마당을 내려다 본다. 나란히 서 있는 차들을 누가 하얀 봉지속에 쏙쏙 넣어놓았다. <한울문학> 2013년 봄호 내동시 참깨동시 2013.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