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씨 호박씨 권 영 상 호박구덩이에 뒷거름을 넣고 호박씨를 묻었다. 참 얼마나 기막힌 일인지, 호박씨는 그 냄새 나는 구덩이에서 푸른 깃발을 찾아 들고 나왔다 권영상 동시집 <엄마와 털실뭉치>(문학과 지성사)에서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18
나는 얼마짜리 인생인가 나는 얼마짜리 인생인가 권 영 상 아침마다 옷장문을 열면 망설여진다. 옷장 안에 옷은 가득 차 있는데 마땅히 입을 옷이 없다. ‘오늘 또 뭘 입지?’ 그러며 이것저것 뒤적이다 엊그제 입고 출근했던 옷을 또 꺼낸다. 아침마다 옷장 앞에 서서 머리 쓰는 시간만큼 성가신 게 없다. “백화..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18
풍금이 없는 교실 풍금이 없는 교실 권 영 상 예전, 소금강이 그리 멀지 않은 연곡의 어느 시골 학교에서 나는 교생 실습을 했다. 학교 곁엔 방죽이 있고, 근방엔 과수원이 많았다. 전형적인 농가 마을이었다. 내가 맡은 학년은 6학년. 남자애들 스무남은 명과 여자애들 십여 명의 혼합반이었다. 그 아이들은..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18
서울역에서 본 어린왕자 서울역에서 본 어린왕자 권 영 상 오후 5시. 퇴근이다. 가방을 챙겨 들고 교문을 나섰다. 늘 다니던 골목길로 접어든다. 골목 어귀 은행나무 가로수빛깔이 노랗다. 황금빛이다. 황금빛 골목길을 밟아 언덕을 내려온다. 소화아동병원 앞길에서 신호등을 건넌다. 신호등을 건너면 바로 서울..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