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의 얼굴 그림, 백향란 참새의 얼굴 박목월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을 하고 참새가 한 마리 기웃거린다. 참새의 얼굴을 자세히 보라. 모두들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이다. 아무래도 참새는 할 얘기가 있나 보다. 모두 쓸쓸하게 고개를 꼬고서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들이다. 늦가을이면 아버지는 마당..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거짓부리 거짓부리 윤동주 똑 똑 똑 문 좀 열어주세요. 하룻밤 자고 갑시다. 밤은 깊고 날은 추운데, 거 누굴까? 문 열어주고 보니 검둥이의 꼬리가 거짓부리한 걸. 꼬기요 꼬기요 달걀 낳았다. 간난아, 어서 집어 가거라. 간난이 뛰어가 보니 달걀은 무슨 달걀 고놈의 암탉이 대낮에 새빨간 거짓부..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부채가 한 일 부채가 한 일 민현숙 메주를 쑤던 날 화덕에 큰솥을 걸고 할머니는 아궁이에 장작을 밀어 넣었어요. 불이 붙지 않아 한참 애를 먹던 할머니는 방에서 부채를 내왔어요. 난 그 때 처음 알았죠. 더위를 쫓던 부채가 꺼져 가는 불을 벌떡 일으켜 세운다는 걸. 메주를 쑤는 계절입니다. 메주는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달라서 좋은 내 짝꿍 달라서 좋은 내 짝꿍 신경림 내 짝꿍은 나와 피부 색깔이 다르다. 나는 그의 커다란 눈이 좋다. 내 짝꿍 엄마는 우리 엄마와 말소리가 다르다. 나는 그애 엄마 서투른 우리말이 좋다. 내 외가는 서울이지만 내 짝꿍 외가는 먼 베트남이다. 마당에서 남십자성이 보인다는 나는 그애 외가가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한글 한글 최종득 우리 반 한길이 선생님한테 한글 이야기 듣더니 눈물을 글썽인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 한글 만드느라 고생한 대목에서 그냥 눈물이 나왔단다. 우리 반에서 받아쓰기 가장 못하는 한길이가 한글 만든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봤어요. 밥을 넣..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풀꽃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어린 시절의 여름날입니다. 집에서 키우던 어미 토끼가 새끼를 한 배 낳았습니다. 여섯 마리였지요. 하얀 친칠라였는데 한 닷새쯤 지나 토끼장을 몰래 들여다 봤습니다. 어찌나 예쁘던지요. 마치 하얀 털실을 한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나는 별이야 나는 별이야 유은경 모래알만한 점 하나에서 우주는 시작됐다지. 천억 개 은하 안에 우리 은하 우리 은하 안의 별 천억 가운데 파란 지구별 지구별 안에 대한민국 그 안에 우리 마을 여기, 특별한 별 하나 반짝이지. 지구도 되고 은하도 되고 우주도 되는 바로 나, 종화라는 별이지. 여름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욕하겠다 욕하겠다 권오삼 풀더미에다 대고 오줌을 누었다. 눌 때는 몰랐는데 누고 나니 미안했다. 지린내 나는 내 오줌 함박 덮어쓴 풀잎들 지린내 가실 때까지 두고두고 날 욕하겠다. 풀섶길을 가다 보면 갑자기 오줌 마려울 때가 생기지요. 그럴 때는 어쩌겠어요. 사방을 두리번두리번 살피고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담쟁이 담쟁이 이혜영 날마다 조금, 조금씩 종탑을 기어오른다, 담쟁이가. 댕 댕 댕 하늘빛처럼 맑은 소리 ‘나도 종을 치고 싶어.’ 담쟁이는 쉬지 않고 기어오른다. 파랗게 솟은 종탑을 향해 뻘뻘뻘. 종을 치고 싶어서. 땡,땡,땡,땡,땡,땡...... 어렸을 적, 아버지를 따라 읍내로 가는 도중이었지..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감씨 감씨 김진광 감씨 속에는 조그만 삽이 하나 들어 있지. 봄철 씨앗이 기지개를 켜고 세상에 나올 때 고걸 들고 영차영차 흙을 파고 나오라고 하느님이 조그만 삽 하나 선물했지. 주말농장에 다녀왔습니다. 차로 가면 20분 거리입니다. 청계산 자락에 새정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그 마을 어귀..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