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씨
김진광
감씨 속에는
조그만 삽이 하나
들어 있지.
봄철 씨앗이
기지개를 켜고
세상에 나올 때
고걸 들고
영차영차
흙을 파고 나오라고
하느님이
조그만 삽 하나
선물했지.
주말농장에 다녀왔습니다.
차로 가면 20분 거리입니다. 청계산 자락에 새정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그 마을 어귀에 있지요. 마을이 참 예쁩니다. 산엔 밤나무가, 마을엔 살구나무와 매화나무가 많습니다. 그 탓에 살구꽃 매화꽃이 지금 한창입니다. 닝닝닝 꿀벌 소리에 귀가 먹먹할 정도입니다.
밭을 삽으로 뒤집고 흙덩이를 깨뜨려 고른 뒤에 모종을 사서 심었지요. 상추, 쑥갓, 치커리 는 8포기씩 심었어요. 고추와 토마토는 좀 일러 자리를 비워두고, 그 끝에 가지 세 포기를 심었다지요. 부추씨도 부어야할 거니까 그 자리도 남겨두었습니다.
꽃삽을 들고 손에 흙을 묻히며 모종하는 일은 즐겁습니다. 즐겁다 못해 행복하지요. 내 손으로 남의 목숨을 살려내는 일이니까요.
“밤에 춥더라도 잘 견디렴.”
“다음 주 토요일에 얼른 너희들 보러 오마.”
물을 흠뻑 주고 난 뒤 모종들에게 속삭여 주었습니다.
그러고도 ‘잘 있으렴!’ 그 말을 몇 번이나 더 해주고 돌아옵니다. 이제 부추씨를 넣으면 부추씨들은 제가 가진 삽으로 영차영차 흙을 헤치며 나올 테지요. (소년 201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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