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와 어자, 그리고 걸상
문인수
“어자 책상 위에 올리세요.”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 우리 담임선생님은 또
‘의자’를 ‘어자’라고 말한다.
“선생님, 어자가 아니라 의자요, 으이 자아-.”
내가 바로 잡아 주었지만
선생님은 아무래도 “어자......”다.
나는 매일, 종례 시간만 되면 입 속에 ‘의자’를 준비한다.
그런데 오늘 우리 교실은 더 큰 웃음바다가 되었다.
“차렷. 경례!”를 마치자 선생님이
“당번들, 청소 좀 더 깨끗이 합시다.” 하더니
날 보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걸상, 책상 위에 올리세요.”
첫 국어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 고향은 강릉의 초당입니다. 초당은 홍길동전을 쓴 허균 선생이 태어나신 곳으로, 유명한 경포대해쇽장과 호수를 끼고 있는 마을이지요.”
처음 서울에 왔을 때 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내 고향을 아주 자랑스레 말했습니다. 그쯤 소개하면 다들 야! 하고 놀랄 줄 알았지요. 근데 반응들이 차가웠습니다.
“선생님, 그 경포대해쇽장이라는 게 뭔 말이예요?”
그중 한 아이가 일어나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습니다.
“해쇽장! 해쇽장도 몰라? 바다에서 수영하는.”
그러자 아이들 모두 ‘아아, 해수욕장!’하며 웃었습니다.
그때까지 나는 나도 모른 채 강릉식 말투로 ‘해쇽장’이라고 쓴 겁니다. 촌놈이었던 거지요. 그 후 나는 ‘해쇽장’을 ‘해수욕장’으로 바꾸느라 내심 노력을 했지요. 이 시에 나오는 선생님도 ‘의자’를 ‘어자’로 발음을 하네요. 그러다가 끝내 ‘걸상’이란 말을 써서 ‘나’를 웃깁니다. 고향 말을 바꾼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말 나온 김에 강릉 사투리 한번 알아볼까요? 거기선 고양이를 ‘고넹이’, 달걀을 ‘달겡이’, 나란히를 ‘쫄로리’, 우물을 ‘움굴’이라 하지요. (소년 2011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