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겠다
권오삼
풀더미에다 대고 오줌을 누었다.
눌 때는 몰랐는데 누고 나니 미안했다.
지린내 나는 내 오줌 함박 덮어쓴 풀잎들
지린내 가실 때까지 두고두고 날 욕하겠다.
풀섶길을 가다 보면 갑자기 오줌 마려울 때가 생기지요. 그럴 때는 어쩌겠어요. 사방을 두리번두리번 살피고 난 뒤 오줌을 누어야지요. 오줌도 한 자리에다만 쏘면 재미가 없지요. 배를 앞으로 잔뜩 내밀고 휘휘휘 누면 더욱 신나지요. 그럴 때면,
“엇 뜨거! 엇 뜨거!”
쏘아대는 오줌 줄기에 놀라 풀섶에서 풀개구리들이 껑충껑충 뛰어 오릅니다. 되게 놀라나 봐요. 찍, 찍! 오줌을 갈기며 멀리 멀리 달아나지요.
“아니, 마른 하늘에 웬 소나기람!”
그런가 하면 저쪽 풀섶에서 오줌줄기를 보고 겅중겅중 뛰어오는 개구리도 있지요. 잔뜩 호기심어린 눈으로 달려와 오줌 세례를 받고는 ‘에튀! 에튀’ 꽁무늬를 빼고 달아납니다.
오줌을 끝내고 돌아서면 오줌을 뒤집어 쓴 풀들의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지요. “으, 지린내! 으, 지린내!” 하며 아우성입니다.
“다 너희들 잘 크라고 주는 거름이니라.”
할아버지께서 하시던 말씀을 쓰윽 흉내내 보고는 그만 냅다 뜁니다. (소년 201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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