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어린 시절의 여름날입니다.
집에서 키우던 어미 토끼가 새끼를 한 배 낳았습니다. 여섯 마리였지요. 하얀 친칠라였는데 한 닷새쯤 지나 토끼장을 몰래 들여다 봤습니다. 어찌나 예쁘던지요. 마치 하얀 털실을 한 옴큼씩 한 옴큼씩 낳아놓은 것 같았습니다. 그 뒤 조금 크자, 나는 아기 토끼를 꺼내 가슴에 안아봤습니다. 그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기 토끼의 심장 소리가 볼름볼름 내 가슴에 느껴졌습니다. 고렇게 작은 몸에도 심장이 있다니요.
장마가 끝나면 아기 토끼들을 바구니에 담아 풀밭에 풀어놓아 주곤 했어요. 그러면 토끼들은 뭐가 좋은지 강종강종 뜁니다. 그러다간 옹크려 앉곤 했지요. 암탉이 담쑥담쑥 낳아놓은 하얀 달걀 같이 말입니다.
“엄마, 너무 예뻐요.”
하고 소리치면 엄마는 그러셨지요.
“작은 것들은 다 예쁘단다, 너도.”
그러며 내가 아기 토끼를 안 듯 나를 답쑥 안아주셨지요.
정말이지 세상의 모든 작은 것들은 다 예뻐요.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풀꽃도 앙증맞고 작아서 더욱 예쁘지요. 바로 너처럼!
(소년 201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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