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 꽃씨 최계락 꽃씨 속에는 파아란 잎이 하늘거린다. 꽃씨 속에는 빠알가니 꽃도 피어 있고 꽃씨 속에는 노오란 나비 떼도 숨어 있다. 작년 5월입니다. 베란다 화분에 나팔꽃씨 여섯 톨을 심었습니다. 이 씨앗 여섯 톨이 일 년내내 우리를 기쁘게 해줄 줄 그때는 몰랐지요. 화분 흙을 밀치고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총소리 총소리 이오덕 탕! 총소리가 난다. 또 한 마리가 죽었나 보다. 대숲의 참새들이 다 죽고 나면 엄마야, 쓸쓸해서 어이 사나? 대들도 멍청히 서서 어이 사나? 엄마야, 내가 먹는 밥알 새들에게 나눠주고 언제나 새소리 들으며 살아갈 그런 마을에 가자. 탕! 또 한 마리가 죽었나 보다. “알베..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아침식사 때 아침식사 때 애드거 A 게스트 우리 아빠는요, 아주 재미나게 아침을 먹지요. 식사를 할 때면 얼굴을 감추어요. 엄마가 음식을 앞에 놓아 드리면 자리에 앉죠. 그러고 나서 신문을 들면 아빠 얼굴이 사라지지요. 신문 뒤에서 들리는 후후 커피 부는 소리, 토스트 씹는 소리. 아빠가 제일 좋..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참새의 얼굴 그림, 백향란 참새의 얼굴 박목월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을 하고 참새가 한 마리 기웃거린다. 참새의 얼굴을 자세히 보라. 모두들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이다. 아무래도 참새는 할 얘기가 있나 보다. 모두 쓸쓸하게 고개를 꼬고서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들이다. 늦가을이면 아버지는 마당..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거짓부리 거짓부리 윤동주 똑 똑 똑 문 좀 열어주세요. 하룻밤 자고 갑시다. 밤은 깊고 날은 추운데, 거 누굴까? 문 열어주고 보니 검둥이의 꼬리가 거짓부리한 걸. 꼬기요 꼬기요 달걀 낳았다. 간난아, 어서 집어 가거라. 간난이 뛰어가 보니 달걀은 무슨 달걀 고놈의 암탉이 대낮에 새빨간 거짓부..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부채가 한 일 부채가 한 일 민현숙 메주를 쑤던 날 화덕에 큰솥을 걸고 할머니는 아궁이에 장작을 밀어 넣었어요. 불이 붙지 않아 한참 애를 먹던 할머니는 방에서 부채를 내왔어요. 난 그 때 처음 알았죠. 더위를 쫓던 부채가 꺼져 가는 불을 벌떡 일으켜 세운다는 걸. 메주를 쑤는 계절입니다. 메주는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달라서 좋은 내 짝꿍 달라서 좋은 내 짝꿍 신경림 내 짝꿍은 나와 피부 색깔이 다르다. 나는 그의 커다란 눈이 좋다. 내 짝꿍 엄마는 우리 엄마와 말소리가 다르다. 나는 그애 엄마 서투른 우리말이 좋다. 내 외가는 서울이지만 내 짝꿍 외가는 먼 베트남이다. 마당에서 남십자성이 보인다는 나는 그애 외가가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한글 한글 최종득 우리 반 한길이 선생님한테 한글 이야기 듣더니 눈물을 글썽인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 한글 만드느라 고생한 대목에서 그냥 눈물이 나왔단다. 우리 반에서 받아쓰기 가장 못하는 한길이가 한글 만든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봤어요. 밥을 넣..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풀꽃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어린 시절의 여름날입니다. 집에서 키우던 어미 토끼가 새끼를 한 배 낳았습니다. 여섯 마리였지요. 하얀 친칠라였는데 한 닷새쯤 지나 토끼장을 몰래 들여다 봤습니다. 어찌나 예쁘던지요. 마치 하얀 털실을 한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
나는 별이야 나는 별이야 유은경 모래알만한 점 하나에서 우주는 시작됐다지. 천억 개 은하 안에 우리 은하 우리 은하 안의 별 천억 가운데 파란 지구별 지구별 안에 대한민국 그 안에 우리 마을 여기, 특별한 별 하나 반짝이지. 지구도 되고 은하도 되고 우주도 되는 바로 나, 종화라는 별이지. 여름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