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5

올해엔 좀 새로워져야겠다

올해엔 좀 새로워져야겠다 권영상 올해는 내가 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을 마치고 나온지 오래됐다. 직장이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옷은 직장에 다닐 때 입던 것들을 이것저것 가려 입는다. 뭐 특별히 사람 앞에 나설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직장 다닐 때 입던 옷이라고 새로 사는 옷보다 못하지 않다. 멀쩡하다. 오히려 그 무렵의 옷들이 요즘 옷보다 더 탄탄하고, 품격 있다. 나는 그런 구실을 대며 오랫동안 지난 시절의 옷을 입고 살았다. 그러면서도 어쩌다 새 옷을 사 입으면 기분이 다르다. 전화를 걸어 누군가를 만나고 싶고. 그와 멋진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점심이라도 함께하고 싶다. 그를 만나면 나는 싱겁게 자꾸 웃을 테고, 별일 없으면서도 사람들 붐비는 곳을 찾아가 어깨에 힘을 넣고 걸을..

눈 내리는 날의 내 안의 풍경

눈 내리는 날의 내 안의 풍경 권영상 그날, 나는 운 좋게 그곳에 도착했다. 그건 행운이었다. 어쩌면 새해에 수많은 지인들로부터 받아온 행운의 메시지 덕분이 아닌가 싶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운이 깃드시길!’ 옛말에 여러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인다 했는데 분명 친구들이 보내준 행운의 울력이 만들어낸 기회가 아닌가 싶다. 나는 그날 점심 무렵, 안성에서 서울로 입성했다. 그것도 8일만이다. 행운이 내게 막 닥쳐오기 30분 전인 오후 3시. 나는 점심을 먹고 그 산에 올랐다. 그 산에 오르는 건 서울에서 늘 있어온 아침 일상이다. 그러나 그때는 오후 3시 30분. 여느 때와 달랐다. 나는 가벼운 점퍼 차림에 등산화를 신고 내가 가는 코스의 반환점에 올라섰다. 그때였다. 갈수록 하늘이 수상하더니 느닷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