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대구에서 그 분이 보내신 편지

권영상 2015. 6. 27. 17:28

 

 

 

 

 

대구에서 그 분이 보내신 편지

 

 

 

똑똑, 거기 선생님 계세요?

선생님,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키다리 아저씨, 안녕하세요?)

요렇게 인사를 드리고 싶지만....... ㅎㅎ

선생님의 별은 지금 한창 여름을 맞고 있겠지요.

그 별에는 노란 살구가 탈싹, 소리내며 떨어지고

동글동글 호박이 커가고

머잖아 해바라기가 만발하겠지요.

 

 

 

안성의 별, 주인을 닮아 따뜻하고 아름다울 별호!

저랑 무관하다고 여긴 별이 고유명사가 된.......

지붕은 온통

노란 수세미꽃으로 뒤덮인

그 별을 상상해 보곤 합니다. 

나팔꽃 자명종이 울리면 참새와 함께 일어나는 선생님.

두렁두렁 두렁반에 둘러앉아 딸깍, 숟가락을 드는.......

찌르레기가 구두 속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헌 구두를 신고 출근하는 선생님,

 

 

 

요즘 같은 여름밤에는

뜰 앞에 나와 국자별을 바라보는 선생님,

자전거를 타고 내달릴 때 뻥 부풀어 오른 티셔츠

은빛 바퀴살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방죽....... 아!

마당가 감나무 그늘 아래 작은 의자에 올라가

푸른 감을 향해 손을 뻗쳐 올리는 선생님.

그 풍경 따라 제 눈길도 종종 행복하게 바빠집니다.

 

 

 

어느 날은 까치의 제일 친한 친구를 만나러

동네 느티나무를  만나러 가고,

또 어떤 날은 파도가 철썩철썩 지구의 등짝을 긁어 주는

바다에 들렀다 오기도 했지요.

선생님을 통해 시! 라는 새로운 여행지를 종종 만납니다.

걸음마를 하는 저에게 그 길이 벅차고 숨찬 여정이라 해도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렵니다.

 

 

 

선생님, 동시집 <아, 너였구나!>를 받고 빨리 답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느낌은 많은데 표현이 서툴기 짝이 없는,

오늘 역시 횡설수설입니다.

알람시계 대신 하느님이 목청 좋은 수탉을 발명했다고 가르쳐주신 선생님.

많이 배우고 배우겠습니다.

 

 

 

창문/권영상

 

                         

나비들이

소 발자국에 고인

빗물에 모인다.

 

나비 날아간 뒤에

가 보니

거기 하늘이 있다,

파란.

 

그쪽 나라로 가는

창문인 줄 알았나 보다.

 

 

 

말이 필요 없는... !!!

텍스트로 삼고 공부하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작품으로 행복하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2015. 6월 27일.

대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