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그늘을 밟아 돌아오다 권영상 치과에 들락거린지 오래 됐다. 이 나이에 거길 가는 이유야 뻔하다. 임플란트 때문이다. 가까이 있던 치과가 점점 멀어지더니 지금은 전철을 타야 하는 선릉역 주변에 가 있다. 늘 받는 치료지만 받을 때마다 그 고통이 아찔하다. 그럴 때면 음식을 먹는다는 일에 질릴 때가 많다. 치료가 끝나면 나는 그 얼얼한 턱을 감싸 쥐고 눈물을 쏟곤 한다. 오늘은 채 눈물이 마르지도 않은 눈으로 병원을 빠져나왔다. 햇빛에 어지럼증이 온다. 그런데도 또 무슨 나이답게 않은 오기가 발동했는지 전철역을 코앞에 두고 발길을 돌렸다. ‘집까지 걸어가 보자!’ 전철로 가자면 세 역을 가 환승까지 해야 한다. 멀다면 걸어가기에 먼 길이다. 어지럼증에 살갗을 파고드는 늦여름 햇빛까지 빤히 보면서도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