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5

세상을 보여주던 방솔나무

세상을 보여주던 방솔나무 권영상 고향에 가면 지금도 있다. 방솔나무. 두 아름드리는 될 성 싶다. 보통 소나무들처럼 미끈하게 위를 향해 뻗어 오른 게 아니라 어느 쯤에서 사방으로 가지를 펴 맷방석 같이 평평하게 얽혀 있다. 그 위에 올라가 눕는다 해도 전혀 발가락 하나 빠지지 않을 만큼 탄탄하다. 방솔나무는 마을의 뒤편, 호수가 펀하게 보이는 곳에 서 있다. 서 있는 방향이 마을의 북쪽이다. 정확하게 북쪽인지 모르겠으나 그쪽 방위를 가리키는 소나무라 하여 아마 방솔나무라 부른 것 같다. 나무는 7.80여년 생, 우람하다. 근데 그 나무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서울에서 만나고 있다. 나무는 모 제약회사의 개방된 뜰 마당에 서 있다. 나는 아침이면 출근삼아 동네 산을 찾는데 도중에 남부순환로 건널목을 건너게..

오래된 아파트의 뜰 마당

오래된 아파트의 뜰 마당 권영상 아침 거실 문을 연다. 아파트 뜰 마당 모과나무에서 익어가는 노란 모과가 성큼 눈에 들어온다. 모과 향기로 뜰 마당이 가득차 오르는 듯하다. 모과나무는 4층 높이로 키가 크다. 다른 나무들은 다들 잎을 떨어뜨리는데 모과나무만은 유별나게 초록이다. 진한 초록나무 숲에 노란 모과라니! 넋을 잃고 한참을 내다본다. 가끔 창문 앞에 설 때면 참외밭의 참외를 찾아 세듯 모과들을 센다. 쉰 개도 더 넘는 그걸 눈대중으로 다 셀 쯤이면 입안이 환해진다. 모과를 깨물다 놓은 것처럼 앞니가 새콤해진다. 그런 느낌이 밀려와 눈을 찡그린다. 달고 새콤한 한 모금 침이 돈다. 오래된 아파트엔 좋은 점이 많다. 새로 지은 고층 아파트와 달리 사람을 압도하는 위압감이 없다. 뭐니 뭐니 해도 마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