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5

야! 무지개 떴다

야! 무지개 떴다 권영상 아침에 그친 비가 점심 무렵에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가을엔 비가 좀 부족하다 해야 하는데 어찌된 건지 여름부터 비가 많다. 온다던 태풍이 오지 않았을 뿐, 가을비는 무더기비처럼 거세게 내린다. 날이 좀 들 것 같아 대파밭 북을 주고 돌아서면 놀리듯이 비가 내렸다. 고랑에서 긁어올린 흙 속 유기물을 비가 씻어내리는 것도 문제지만 비에 파밭골이 무너진 걸 보면 남루하다. 주인 없는 밭 같아 비가 뜸하면 또 비 올 줄 알면서도 파밭의 북을 준다. 오후 늦게 비가 뜸하자, 나는 괭이를 들고 또 파밭에 들어섰다. 파밭이래 봐야 모두 여섯 골. 김장 파 넉넉히 드리겠다고 벌써 여기저기에 말해 뒀다. 지난해는 파 농사가 잘 돼 파를 나누어 드리는 내 마음이 뿌듯했다. 물론 그때에도 나는‘내..

가을비 내린 아침

가을비 내린 아침 권영상 간밤 가을비가 왔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연다. 마당에 그 좋던 느팃잎이 다 떨어졌다. 아침을 챙겨먹고 아파트 뒤쪽 후문을 나섰다.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느티나무 숲이 황량하다. 여기라고 다를 게 없다. 번개와 천둥을 거느리고 온 가을비가 느팃잎을 모조리 떨어뜨렸다. 한길가에 줄지어 선 은행나무 또한 길 위에 노란 잎을 수북수북 쏟아냈다. 그 요란하던 가을의 작별도 이렇게 끝났다. 가을은 고운 햇빛과 바람이 만들어내는 낙엽들의 작별 축제를 싫도록 누리게 한 뒤 그 절정의 고비에서 비를 안겼다. 이제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나뭇잎들은 모두 이 지상으로 다시 돌아왔다. 축제는 끝났다. 바람과 함께 흩어지던 낙엽의 어수선함이며, 때로는 휘황찬란하던 몸짓이며, 마른 가지를 스치던 낙엽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