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의 시
<희망에 살다가>
우리가 왔다 가는
이 넓은 세상의 기억이란
마지막까지
마지막까지
오직 하나 이것이 남을 뿐
희망에 살고 갔다는.......
의로운 이는 한 사람도
없노라 하였거니와
누구 하나 우리의 꿈을 아는 이도 없이
우리의 이름마저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연기처럼 사라진다 하여도
우리가 남기는 기억이란
마지막까지
마지막까지
오직 하나 이것이 있을 뿐
처음 조국에서 죄없이 태어났고
다만 희망에 살다가
다만 희망에 불붙고 갔다는.......
이 밖에 고달픈 이야기와
다른 실패들은,
다른 미움이나 다른 원망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새로이 맞는 시간들에서도
희망에 가리워
눈부신 희망에 가리워
좀체로 보이지 않을 뿐!
햇빛에 가리워 어둠이 보이지 않듯
보이지 않을 뿐
보이지 않을 뿐.
1975년 시집 <마지막 지상에서>
끝.
'문학비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인에 대한 사랑과 연민과 화해 (0) | 2016.03.16 |
---|---|
말에 대하여 (0) | 2015.12.09 |
동시문학의 세계 진출을 꿈꾸며 (0) | 2015.10.26 |
울고 싶은 일이 많은 현실 (0) | 2015.08.18 |
아이들에게도 욕망은 있다 (0) | 2015.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