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문학의 세계 진출을 꿈꾸며
권영상
이 뜻깊은 자리에 모이신 동시인 여러분, 안녕하세요?광복 70주년, 10월에 개최하는 제 1회 전국동시인대회 출범에 나는 지금도 가슴이 물방아처럼 뜁니다. 시인의 도시 충주에서, ‘감자꽃’ 권태응 동시인이 태어나신 한국동시문학의 고향에서 이런 전국대회를 치른다는 일에 동시를 쓰는 한 현역 동시인으로서 그 기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 행사를 주관한 용기있는 충주작가회의와 충북작가회의에 먼저 그 고마운 인사를 드리며, 번성하는 우리 동시문학의 흐름을 포착하신 그 시의 적절성과 높은 안목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존경과 찬사를 보냅니다.
지난 동시문학 100년사에 있어 지금처럼 동시가 융성의 길로 접어든 때가 없었던 듯합니다. 1980넌대 중반까지만 해도 동시란 동화의 그늘에 갇혀 간신히 자비출판으로 연명해가던 외로운 장르였습니다. 그 무렵, 동화는 호황을 누렸습니다. 동화집을 출판하는 출판사들은 우후죽순으로 생겼고, 동화원고는 늘 부족사태를 겪었으며, 동화작가들은 작품을 쓰느라 즐거운 비명을 질렀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은 그 호황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영국 그란타북스 Granta Books 편집자 카 브래들리 Ka Bradley는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일러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비견할 만한 작품이라 평가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동화의 그늘에 가려있던 우리 동시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동시도 그간 쉼 없이 성장하고 발전했습니다. 꾸준히 배출한 1000 여명에 달하는 든든한 동시인들과 그들이 다양한 빛깔로 생산해내는 동시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 독자까지 흡수하는 놀라운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그 결과 메이저출판사들 치고 동시집을 출간하지 않는 곳이 없고, 심지어 신문사들까지 동시집 출판에 나서는 지금은 그야말로 동시의 황금시대입니다. 이런 출판 붐이 계속 된다면 그 어느 지점에서 나는 분명, 우리 동시단에도 세계로 진출하는 동시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태어나리라 믿습니다.
지금이 동시의 황금기인 까닭은 일반시를 쓰는 시인들의 동시단의 유입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1980년대 동화시장이 호황을 누릴 때도 잘 나가던 소설가들의 대거 유입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우리 동시단도 일반시인들의 유입으로 풍성해졌고, 다채로워졌으며 서로 견제하거나 경쟁하는 매우 흥미로운 관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에겐 우리가 갖지 못한 이단아의 용기가 있습니다. 그분들의 어투가 비록 거칠고, 낯설고, 어린이 독자에게 난해한 부분도 있지만 오히려 새로운 동시의 질서를 구축하는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이 황금기인 까닭은 여성 시인 중심으로 이동하는 전환기라는 점입니다. 과거에 동시를 쓰던 시인들이 대부분 남성이었다면 지금은 여성입니다. 한 때 여성 시인을 여류시인이라는 좀은 특별한 부류로 바라보았다면 지금 우리 동시단엔 여성 바람이 불어치고 있습니다. 아동문학의 특성상 여성 동시인들의 동시가 독자에게 더 친밀하게 다가갈 것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그들에겐 타인을 배려하거나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탁월성이 있으며, 답답한 현실의 벽을 깨고 새로운 방향성을 찾아내는 놀라운 감각과 감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점에서 지금 젊은 동시인들은 시대에 대한 고뇌가 깊습니다. 역사에 대해, 어린이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우리시대가 안고 있는 분단, 빈곤과 빈부격차, 물 문제, 지역분쟁 등의 현실에 관심이 많습니다.
동시가 이처럼 안으로 또는 밖으로 뜨겁게 익어가는 시기에 열리는 제 1회 전국동시인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 의미있는 행사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쪽과 저쪽, 우리와 너를 떠나 전국의 모든 동시인들이 함께 자리하여, 동시의 현재와 미래를 모색하는 일은 또한 우리의 임무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이 전국대회를 개최하신 충주작가회의와 충북작가회의, 그리고 주관하신 충북민예총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 대회가 끝없이 이어져 우리나라 동시문학이 해외로 진출하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5. 10. 24
<제1회 전국동시인대회>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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