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인성사전
김용택 글, 김세현 그림
이마주, 228쪽, 1만8000원
화끈화끈 괜히 내 볼이 붉어진다. 이 시를 꼽으며 김용택(67) 시인은 ‘진심’을 말했다. “진심은 마음이어서 마음으로밖에 줄 수 없고, 마음으로밖에 받을 수 없습니다…감출 수 없는 마음이 진심입니다”라며. 시인은 ‘당당함’ ‘여유’ ‘존중’ ‘용서’ 등 53개의 추상어를 동시를 통해 설명한다. 나를 바로 세우는 자존, 너를 껴안는 관용, 더불어 사는 지혜가 교과서적 교훈에 머물지 않고 동시로 살아난다.
“달리기를/ 했다.//다해 1등/ 재석이 2등/ 나 3등// 우리반은/ 모두 세 명이다.”(김용택, ‘꼴등도 3등’ 전문)는 ‘긍정’을 말하는 시다. 40년 넘게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한 노시인은 덧붙인다. 모두 있는 힘을 다해 달렸기 때문에 2등, 3등, 4등, 5등, 6등을 한 나머지 아이들은 1등을 한 길동이가 부럽지 않다고. 소풍날 혼자만 김밥을 못 싸 온 아이에게 같은 반 친구들이 김밥을 하나씩 나눠 준 정경을 담은 시는 ‘배려’를 말한다. 이런 긍정과 배려를 믿는다면, 부모의 걱정과 조바심은 조금 접어둬도 될 것 같다.
『어린이 인성사전』은 시인의 인생사전이다. 그가 평생 기대고 살아온 낱말을 동시로 이야기한다. 시인이 정의하는 인성은 “어떤 일이 있어도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사람을 지키자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다. 책의 마지막 낱말은 ‘희망’이다.
호박씨/ 권영상
호박 구덩이에
뒷거름을 넣고
호박씨를 묻었다.
참 얼마나 기막힌 일인지,
호박씨는
그 냄새나는 구덩이에서
푸른 깃발을
찾아 들고 나왔다.
세상 그 어떤 것도 자기를 대신할 수 없다는 그 사실만큼 큰 희망은 없을 거라고 시인은 마무리한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