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설 잘 쇠세요

권영상 2013. 2. 8. 17:06

 

 

 

 

설 잘 쇠세요.

고스톱 말고 윷치니까 좋았어요.

작년 그믐밤엔 다들 거실에 나와 남자 여자 편을 갈라 설거지하기 윷을 놓았지요.

세 판을 쳤는데 남자들이 결국 졌네요.

남자들이란 게 지면 못 참잖아요.

탁주 내기하자고 다시 여자들에게 덤볐습니다.

또 졌습니다.

또 못참지요.

이번엔 탁주 사러 가기 내기윷을 또 놓았습니다.

보기좋게 남자들이 또 졌습니다.

 

할 수 없이 온갖 옷을 껴입고들 초당집에서 한참 걸리는 강문으로 나갔습니다.

나가면서 밤하늘을 보니 별이 주렁주렁 매달렸고

호수 건너 경포대에선 불꽃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강문에 가서는 밤바다를 싫컷 보고 탁주를 사들고 돌아왔습니다.

놀이에서 지니까 그 좋은 걸 다 볼 수 있었습니다.

 

지는 놀이 많이 하시고

싫으시더라도 나이 한 살씩 잘 자시고 돌아오세요.

 

오동나무집 주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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