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학엔 대관령 같은 남성이 자리하고 있다”
강원도 출신 뱀띠 문화예술인을 만나다.
/ 아동문학가 권영상씨
고향 강릉 초당이 문학의 원천
선생님 되고 나서야 아동문학과 조우
안데르센을 처음 만났고
전래동요 접해
34년 '밥 먹듯'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글 써
"나이 먹을수록 쓰고 싶은 글 너무 많아
올해 큰 계획은 직장을 내려놓는 일"
강릉출신 아동문학가 권영상(60·서울 배문중교사)씨는 한국 아동문단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인물이다.
지난 197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길’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한 그는 등단 30여년 동안 70권이 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아동문학과 관련된 각종 상들을 휩쓸면서 한국 아동문학계의 ‘스타작가’라는 기분 좋은 별칭까지 얻고 있다.
권작가가 문학을 시작하게 된 것은 그가 나고 자란 고향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강릉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고 만나게 되는 자연 환경들이 작가로서의 소양을 쌓게하는 ‘필연적’인 요소였다는 것.
스스로 고향인 강릉 초당이 문학의 원천이라고 망설임 없이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흰눈을 머리에 인 대관령은 강릉사람들의 지엄하고 때로는 준엄한 아비와 다름없습니다. 깨끗한 동해의 일출과 하늘과 땅과 소나무와 사람들의 마음을 품어 안은 경포의 투명함은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을 시인이며 소설가가 되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내 문학엔 대관령 같은 남성이 자리하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평생의 업(業)인 아동문학을 택하게 된 것도 문학에 관심을 갖게 한 강릉이라는 환경 만큼이나 그의 집안 사정이 한 몫을 했다. 어머니의 오랜 병환과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학업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때마침 강릉교육대학이 초당에 들어서면서 등록금 걱정없는 교대로 진로를 결정하게 됐다.
무사히 학업을 마친 권작가는 정선 함백초교로 첫 발령을 받게 됐고 그 곳에서 아동문학과 조우하게 된다. 선생님이 되고 나서야 처음으로 안델센을 만났고, 우리나라의 전래동요와 동화라는 장르를 접하게 됐다.그는 늦게 알게 된 아동문학에 흠뻑 빠지게 됐고, 자신의 열네번째 동시집 ‘잘 커다오 꽝꽝나무야(2009년)’를 펴내면서 말한 것 처럼 ‘날마다 밥을 먹는 일’같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글를 쓰고 있다. 벌써 34년째다.
그가 살아 온 삶의 흔적들 때문일까. 그는 작품을 쓸 때 실업과 빈곤으로 인한 가정 붕괴를 가장 큰 화두로 삼는다고 한다. 가정 붕괴와 가족 해체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힘없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문학적 지향은 그의 자전적 소설인 ‘둥굴이 누나(2007년)’처럼 가족간의 배려와 소통, 사회 성원간의 나눔을 통해 가정을 회복시키려는 지점에 머물러 있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의 문학적 지향과는 별개로 그는 글을 쓰는 패턴이나 습관을 매번 바꾸는 시도를 끈임없이 하는 노력파이기도 하다. 짧은 동시를 시도한 ‘엄마와 털실뭉치(2010년)’ 처럼 동시집이건 동화집이건 항상 다른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것이 올해 환갑을 맞은 그가 평생을 걸쳐 세운 나름의 젊은 규칙이다.
그는 올해도 여전히 새로운 글쓰기에 도전할 계획이다.
“올해 가장 큰 계획은 직장을 내려놓는 일입니다. 이제 나를 여유로운 시간의 바다에 놓아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내 천성을 살펴보고 난 뒤 내 천성에 맞는 글을 차근 차근 써갈 작정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쓰고 싶은 글이 너무 많습니다. 생명 존중과 생태에 관한 것부터 우선 접근해 보고 싶습니다.”
강원일보 2013년 1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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