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3

추석이 가까운 안마당 풍경

추석이 가까운 안마당 풍경 권영상 추석을 앞두면 아버지는 논에 나가 많지도 않게 올벼 대여섯 단을 베어오셨다. 그걸 벼 훑는 기계에 훑어 추석에 맞출 요량으로 멍석에 말리셨다. 그 무렵, 마당엔 올벼만이 아니라 고추밭에서 딴 익은 고추도 한두 멍석 널린다. 그리고 집 뒤 갯가에서 베어온 부들도 마당의 한 자리를 차지하여 마른다. 갯가엔 부들이 많았다. 부들을 베어 말려놓으면 한겨울 일손이 한가할 때 아버지는 그걸로 부들자리를 매셨다. 아직 장판이 없던 시절, 방에 깔기도 했지만 어업하는 이들이 고기잡이배 침실에 깔기 위해 사들였다. 키가 훤칠한 부들은 나무 사다리를 뉘여 놓고 그 위에다 가지런히 말렸다. 농가의 이 즈음의 마당은 아무리 넓다 해도 비좁다. 하지 근처에 캔 감자를 갈무리하는 곳 역시 마당이..

가지 반찬이 이젠 싫다

가지 반찬이 이젠 싫다 권영상 지난해 추석이 가까워올 무렵다. 친구랑 순댓국 약속을 했다. 여기 백암 근방에 사무실을 둔 김포가 집인 친구다. 그도 나처럼 가끔씩 집을 오르내린다. 그러니 사는 방식도 비슷하다. 그런 유형의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밥 한 끼 해결할 수 있는 점심 약속이다. 그 밥이 꼭 비싸고 품위 있을 필요는 없다. 한 끼면 되니까. 재미나게 순댓국을 먹고 복개도로를 따라 걷고 있을 때다. “이 봐요! 가지 좀 드릴까?” 복개로 아래 우묵한 밭에서 일흔은 됨직한 분이 우리를 불렀다. 왜 그랬을까. 우리 행색에서 밥해먹는 냄새라도 맡은 걸까. 그분은 우리의 대답은 듣는 둥 마는 둥 수레에 따놓은 가지를 우리에게 던져 올렸다. 우리는 밑을 내려다보며 던져 올리는 가지를 받았다. 받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