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상 2

꽃씨 온상을 만들며

꽃씨 온상을 만들며 권영상 쯔박쯔박쯔박쯔박! 모과나무에 날아온 박새가 요란하게 운다. 목소리가 또렷하면서도 울음이 길다. 조금 전에 안성으로 내려왔다. 적막이 도는 시골 뜰안에 난데없이 박새 소리라니! 마치 어느 낯선 별에 도착한 듯 신비한 느낌이다. 보통 때는 쯔박쯔박, 두 박자씩 끊어 우는데 지금은 아니다. 연속적으로 운다. 울음소리에서 뭔가 막 다가오는 임박함과 다급함이 묻어난다. 가까이 밀려들어오는 봄 탓인 듯하다. 박새 마음이 바빠진 것 같다. 머지않아 짝을 만나고,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새끼 칠 일을 생각하는 모양이다. 바깥 기둥에 달아놓은 온도계를 본다. 영상 16도다. 박새를 따라 나도 괜히 마음이 바빠진다. 이맘쯤에 해야 할 일이 있다. 꽃씨 온상이다. 꽃씨 온상을 하는 김에 내처 그..

봄눈, 부스러기눈

봄눈, 부스러기눈 권영상 봄눈이 온다. 부스러기 봄눈. 하루종일 온다. 금방 그칠 것처럼 푸슬푸슬 내리면서 종일 온다. 구정이 엊그제였으니 겨울로 친다면 아직 삼동 중에 있다. 그런데도 눈의 느낌이 다르다. 부스러기눈 내리는 걸 보면서 아, 봄눈이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창을 열고 한참을 내다본다. 마당가 매실나무 가지 사이로, 배롱나무 촘촘한 가지 사이로 부스러기처럼 푸슬푸슬 내린다. 가지와 가지 사이로 내리더니 가지 위로 소복이 쌓인다. 건너편 산이 벌써 하얗다. 거기 눈 맞고 선 나무들이 어쩐지 고요하다. 간밤 그 숲에서 부엉이가 붐붐 밤 늦도록 울었고, 나무들은 찬 바람에 흔들렸다. 근데 오늘은 다르다. 뭔가 생각이 많은 사람들처럼 부스러기눈을 조용히 맞고 서 있다. 어제만 해도 날씨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