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솔나무 3

세상을 보여주던 방솔나무

세상을 보여주던 방솔나무 권영상 고향에 가면 지금도 있다. 방솔나무. 두 아름드리는 될 성 싶다. 보통 소나무들처럼 미끈하게 위를 향해 뻗어 오른 게 아니라 어느 쯤에서 사방으로 가지를 펴 맷방석 같이 평평하게 얽혀 있다. 그 위에 올라가 눕는다 해도 전혀 발가락 하나 빠지지 않을 만큼 탄탄하다. 방솔나무는 마을의 뒤편, 호수가 펀하게 보이는 곳에 서 있다. 서 있는 방향이 마을의 북쪽이다. 정확하게 북쪽인지 모르겠으나 그쪽 방위를 가리키는 소나무라 하여 아마 방솔나무라 부른 것 같다. 나무는 7.80여년 생, 우람하다. 근데 그 나무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서울에서 만나고 있다. 나무는 모 제약회사의 개방된 뜰 마당에 서 있다. 나는 아침이면 출근삼아 동네 산을 찾는데 도중에 남부순환로 건널목을 건너게..

고향 뒤뜰의 방솔나무

고향 뒤뜰의 방솔나무 권영상 누구나 변해버린 고향을 보며 허전해 한 경험이 한 번씩은 있겠다. 나도 그렇다. 그 좋던 고향의 소나무 숲속 마을은 아파트촌에 밀려났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던 늪이며 둠벙이며 고갯길도 다 사라졌다. 보리가 자라던 들판도 번화한 거리가 되었다. 그런 중에도 그 옛적 그 자리를 아직도 지키고 있는 것이 있다. 방솔나무다. 마을 뒤뜰 넓은 보리밭 너머, 호수와 맞닿은 언저리에 서 있는 북방을 알려주는 소나무가 그 방솔나무다. 벌판에 홀로 선 독립수다. 아이들 서넛이 둘러서서 팔을 벌려도 못 잴 만큼 컸다. 키도 컸다. 어른 키의 열 곱절은 되고도 남을 높이였다. 뭐 이렇다 하게 놀거리가 없던 어린 우리들은 걸핏하면 방솔나무를 찾았다. 그걸 알고 어른들이 거기에 그네를 매어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