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4

나는 가을을 사랑했다

나는 가을을 사랑했다 권영상 가을을 사랑했다. 그때 나는 중 2 였고, 첫사랑이었다. 우리가 만난 건 엄마 때문이었다. 엄마는 내가 중2 때 병명도 모르는 상태로 병원에 장기 입원했다. 아무 문제없던 나의 일상이 하루아침에 헝클어졌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시골이었고, 엄마가 입원해 있는 병원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중심지에 있었다. 나는 학교를 마치면 집으로 오는 게 아니라 엄마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저녁 무렵 4킬로미터가 넘는 집으로 혼자 돌아왔다. 내가 가을을 만난 건 그때였다. 물론 그 이전에도 만난 적은 있었지만 우리는 서로 스쳐지나가는 사이였다. 손을 잡거나 대화를 나눈 적도 없었고, 무엇보다 서로에 대해 알고 싶은 궁금함이 없었다. 그러나 엄마가 입원한 그때는 달랐다. 세상..

야! 무지개 떴다

야! 무지개 떴다 권영상 아침에 그친 비가 점심 무렵에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가을엔 비가 좀 부족하다 해야 하는데 어찌된 건지 여름부터 비가 많다. 온다던 태풍이 오지 않았을 뿐, 가을비는 무더기비처럼 거세게 내린다. 날이 좀 들 것 같아 대파밭 북을 주고 돌아서면 놀리듯이 비가 내렸다. 고랑에서 긁어올린 흙 속 유기물을 비가 씻어내리는 것도 문제지만 비에 파밭골이 무너진 걸 보면 남루하다. 주인 없는 밭 같아 비가 뜸하면 또 비 올 줄 알면서도 파밭의 북을 준다. 오후 늦게 비가 뜸하자, 나는 괭이를 들고 또 파밭에 들어섰다. 파밭이래 봐야 모두 여섯 골. 김장 파 넉넉히 드리겠다고 벌써 여기저기에 말해 뒀다. 지난해는 파 농사가 잘 돼 파를 나누어 드리는 내 마음이 뿌듯했다. 물론 그때에도 나는‘내..

아빠 그쵸

아빠 그쵸 권영상 아빠, 먼데서 보면 아빠도 저도 반짝이는 별이라는 그분의 말씀, 생각해 보니 맞죠. 그쵸? 외로워해 본 적 있는 사람은 제 마음 속 별을 본다는 그 말씀도요. 그쵸? 아빠, 달팽이도 솔부엉이도 사람처럼 마음 속에 별이 있는거죠. 그쵸? 요 조끄마한 콩벌레도 물론 별이겠죠? 그쵸? 그렇구말구. 아빠! 그러고 보니 세상에 별 아닌 게 없네요. 그럼. 다 소중하지.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