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아이들 꿈은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권영상 2016. 3. 3. 11:34

아이들 꿈은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권영상





입학시즌입니다. 오랜 직장이던 학교를 벗어나도 3월이 오면 새로운 아이들을 맞던 그 버릇이 있어 마음이 설렙니다. 농사일을 접은 농부가 봄이 가까워지면 괜히 씨앗가게 앞을 서성이듯 3월을 만나면 왠지 몸이 아파집니다. 그때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겠지요.

초등학교 입학식 모습을 여기저기서 만납니다. 어떤 학교에선 신입생이 말을 타고 입학식장에 들어가기도 하고, 또 어떤 학교에서 머리에 왕관을 씌워주기도 합니다. 독특하고도 재미난 입학식 모습입니다. 저 출산 시대의 신입생 한 명 한 명이야말로 왕처럼 받들어도 부족할 만큼 소중하지요.




언제 보아도 어린 초등학생들 모습은 귀엽고, 새롭고, 희망적입니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거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보는 이의 마음이 그런데 갓 학교에 들어서는 어린 아이들 마음은 어떻겠나요. 그리고 그 가족의 마음은 또 얼마나 설레고, 기쁘고, 꿈에 부풀어 있을까요.




우리가 미처 모르는 사이에도 신입생 입학식은 해마다 3월이면 있어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이 땅은 젊은 숨소리들로 채워지고, 미래는 그들의 꿈과 희망 때문에 늘 살만한 세상이 되었던 겁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말을 태워 모셔오고, 왕관을 씌워주는 이 축복의 시간은 얼마나 오래 갈까요? 모르기는 해도 입학식이 끝나면 그 축복도 잠시 한 순간 끝나고 말테지요. 이제 그들은 왕이 아니라 노예처럼 살아야 합니다.




공부의 노예!

누가 원하는 공부인가요. 갓 입학한 어린 학생들이 원하는 공부인가요? 물론 공부에 목말라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부모가 강요하는 공부입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자녀의 꿈을 대신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거기에 맞는 일명 맞춤학원을 보내고, 빡빡한 일정으로 숨쉴 여유를 주지 않습니다.

“제 꿈요? 그야 엄마 말대로 하버드대죠.”

친구 앞에서는 말하지 않지만 개별적으로 꿈을 물어보면 아이들 대답은 비슷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아니라 부모를 위한 공부에 내몰려야 합니다. 그게 공부 노예가 아니고 무언가요. 대개 친구들 앞에서 자기를 소개해 보라 하면 우리네 학생들은 자신에 대해 별로 잘 알고있지 못합니다. 나를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모에게 나의 모든 걸 빼앗겼으니 그야 당연한 일이겠지요.




지난해, 세간을 발칵 뒤집었던 모 초등학생이 쓴 잔혹동시가 떠오릅니다.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 이렇게// 엄마를 씹어 먹어/ 삶아 먹고 구워 먹어/ 눈깔을 파먹어…….’

어른들은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누가 뭐래도 이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공부 강요 엄마가 자녀들의 분노와 증오의 대상이 된지는 이미 오래 됐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도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는 건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손으론 머리에 왕관을 씌워주며 다른 한손으론 그들의 마음에서 행복을 빼앗아가는 그는 누구인가요. 일류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기업논리가 어느덧 가정으로 밀려와 아이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습니다. 자식 키우는 사람치고 자식 외국에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 안 해본 사람 없을 거라던 어느 젊은 아버지의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 3월입니다.

아이들의 꿈은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데 3만 불! 3만 불! 을 외치면 뭘하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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