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장사를 다녀왔네요
권영상
2월, 안성에 내려와 이것저것 할일을 마치고는 칠장사에 다녀왔네요.
벌써 3년 전 일이네요. 여기 내려왔을 때 요 앞 고추밭을 경작하시는 할아버지께서 한번 가보라고 권해주신 것을
오늘에야 비로소 행하게 되었습니다.
차로 30분 거리.
안성시 죽산면 칠장로 399-18
칠현산 칠장사는 용주사 말사로, 말하기는 선덕여왕때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하는데 실은 고려 현종 때 혜소국사가 지었다네요. 혜소가 여기 머물며 산에 숨은 도적 일곱을 교화시켜 현인으로 만들었다 하여 절을 칠현산 칠장사라 하였다지요.
고려 우왕 때는 왜구의 침입이 두려워 충주 개천사 고려실록을 이곳으로 옮겼다고도 합니다.
국보 제 296호 오불회괘불탱이라는 후불탱화가 있고, 혜소국사비, 철당간이 지정 문화재이기도 합니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당돌하고도 좀 낯선 칠장사 풍경입니다.
사람인자 맞배지붕의 대웅전이 보이고 그 앞에 한쌍의 당간석주와 절마당 가운데에 3층석탑이 보입니다.
국보 296호 오불회괘불탱입니다. 실물은 국립박물관에 있다네요.
원통전 앞의 어디서 주워온 듯한 남루한 석탑입니다. 대웅전 앞의 3층탑도 실은 근방에서 모셔온 이름없는 석탑입니다. 그걸 보면 이 칠장사의 마음이 무언지 엿볼 수 있겠습니다.
임꺽정과 암행어사 박문수와 관련된 설화도 내려오고 있습니다. 벽화입니다.
돌아나오면서 바라본 한적한 2월 칠장사의 모습이네요.
암행어사 박문수가 건넜다는 다리를 건너면 이내 산죽길이 산정상까지 이어집니다. 이 둘레길을 걸어오르며 생의 고적함을 느껴보았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혜소국사의 비를 만났어요.
머지않아 봄이 오고 벚꽃도 좀 피면 다시 한번 가 보고 싶은 가람입니다. 무엇보다 다음엔 이 절 대웅전 주렴글의 원문을 적으러 갈 생각입니다. 그 옆에 종이에 적어놓은 해석이 이렇습니다.
바다밑 진흙소는 달을 물고 달아나고, 바위 앞 돌호랑이는 새끼를 안고 졸고 있다. 쇠뱀은 금강안을 뚫고 들어갔는데 해오라기가 곤륜산 코끼리를 타고 논다.
도저히 가 닿을 수 없는 기막히고 기막히게 먼 억겁의 시간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사람의 생애란 짧기만 합니다. 그런데도 부질없는 욕망을 버리지 못합니다.
끝. 아니 세상에 끝이 어디 있을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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