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를 읽는 아침 (291)]
경상일보, 2015년 11월16일자 퍼옴
아들 / 권영상
힘들게 학교에서 돌아와
툭, 가방을 벗어던지면
엄마는 다가와 나를 꼭 안아주시지.
아들! 하고.
아빠에게 야단맞고
핑, 눈물 흘릴 때에도
엄마는 다가와 나를 꼭 안아 주시지.
아들! 하고.
딱 그 말뿐인데도
내 몸은 샘터에서 돌아온 바람처럼
파랗게 파랗게 부풀지.
아들! 딱 두 마디. 그런데도 이 말속엔 힘이 솟구치네요. 하고 싶은 많은 말들을 꼭꼭 숨겨 함축한 사랑법, 아들! 혹은 내 딸! 더는 말 안 해도 나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엄마의 포용은 끝이 없는 에너지네요.
지난주 12일은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었던 날이지요. 대체로 예년에 비해 출제된 문제들이 어려웠다고 하네요. 12년을 기다려 최선을 다한 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동안 공부에만 매달려 온 아이들에게 관심과 따뜻한 위로를 잊지 말아야겠네요.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꼭 그것이 인생의 성공이라곤 할 수 없지요. 저마다의 길은 운명이라 말들 하니까요.
(박영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