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이야기 동시 연재>
이야기 바다에 빠지다
2. 연오와 세오
연오가 바위를 타고 가다
“해초 따러 갔다오리다!”
연오가 부엌일을 하는 아내 세오에게 일렀다.
“파도 조심해요.”
세오의 말을 뒤로 하고 연오는 바구니를 끼고 집을 나섰다.
여느 때보다 바다가 파랗고 잔잔하다.
‘바다 너머 해 뜨는 곳엔 누가 살까.’
오늘 따라 괜스런 생각을 하며 바닷가로 내려갔다.
안 봐도 안다.
어느 갯바위에 해초가 많은지.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해초를 따며 살았으니 그쯤이야 눈을 감고도 안다.
연오는 마른 바위에 신을 벗어놓고, 해초가 많은 바위로 건너갔다.
한참 해초 따는 일에 정신을 팔고 있을 때다.
‘아니, 아니, 이게 어찌 된 거지?’
올라앉은 바위가 어디론가 둥둥 떠가기 시작했다.
잠깐이 아니었다.
갈수록 속도가 붙었다.
세오! 세오! 세오!
다급한 연오는 아내를 불렀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어 어 어, 하는 사이 바위는 먼 바다를 헤치며 달렸다.
물속에선 문어, 갈치, 철갑상어, 거북, 고등어, 정갱이, 멸치 등이
호위하듯 뒤따르고 있었다.
이윽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바위가 속도를 늦추더니 그 마을 바다 어귀로 들어섰다.
“사람이 바위를 타고 온다!”
누군가 소리쳤다.
마을 사람들이 놀라 바닷가로 뛰쳐나왔다.
사람들은 저들의 눈을 의심했다.
“세상에! 신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사람이 바위를 타고 올 수 있을까.”
“저분은 사람이 아닌 게 분명해.”
“아니 우리를 다스리러 오신 왕일지도 몰라.”
사람들이 왁자지껄 하는 사이 바위가 뭍에 닿았다.
연오가 바위에서 내려 뭍에 올라섰다.
모두들 연오 앞에 엎드려 절을 했다.
“그렇소. 나는 그대들의 왕이 되기 위하여 바위를 타고 왔소!”
연오가 근엄하게 말했다.
자신의 몸 속에 오래전부터 흐르고 있던 삼족오 태양신이 시킨 말 같았다.
“우리의 왕이시어! 왕좌에 오르소서!”
연오! 연오! 연오!
세오는 연오가 돌아오지 않는 게 이상했다.
여태껏 이런 적이 없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온몸을 휩싸고 돌았다.
세오는 하던 일을 두고 서둘러 바다로 달려 나갔다.
어느 갯바위에도 연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보! 연오! 연오!”
바다를 향해 소리쳐 불렀다.
“대답 좀 해 봐요! 물속에 있나요? 하늘에 있나요?”
세오는 울먹이고 있었다.
세오를 보았느냐고 하늘에 물었지만 하늘은 고개를 저었다.
구름도 못 보았다고 고개를 저었다. 갈매기도 바위도 다들 못 보았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때 저쪽 바위에 남편 세오가 벗어놓은 신발이 보였다.
“여보! 당신 거기 있었구려!”
세오는 그 바위로 달려가 신발을 움켜쥐고 품에 안았다.
바로 그때였다.
바위가 꿈틀, 하더니 둥둥 떠가기 시작했다.
너울너울 파도가 뒤따랐다. 뭉게뭉게 구름이 뒤따랐다. 휘익휘익 바람이 바위를 밀어주었다.
바위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마을에 닿았다.
“어서 오시오. 세오!”
그곳의 왕이 세오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오였다.
세오는 남편 연오의 신발을 품에 안고 삼족오의 왕비가 되었다.
해와 달이 사라지다
“대체 신라의 해는 어디로 갔을까?”
아침이 되어도 해가 뜨지 않았다. 날마다 날마다.
사람들이 깜깜한 길에 나와 소리쳤다.
“달은 또 어디로 갔을꼬?”
달이 떠야할 밤이어도 달이 뜨지 않았다.
연오와 세오가 바다 건너 일본으로 간 뒤 신라의 하늘에 문제가 생겼다.
해와 달이 사라졌다.
금성의 하늘에 깜깜한 밤만 있었다. 낮이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 달밤이 사라진지도 오래 되었다. 신라가 깜깜해진지 오래 되었다.
사람들은 사람들끼리 어깨를 부딪고, 소들은 소들끼리, 개미는 개미들끼리 길이 너무 어두워 머리를 부딪고, 부딪쳐서 서로 싸움이 났다.
아달라왕은 이 기이한 하늘의 문제를 풀기 위해 점술가를 불렀다.
“우리네 해와 달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왕의 말에 점술가가 대답했다.
“바다 건너 일본으로 갔나이다. 그들을 데려오소서.”
“그들이라니! 그들이 누군고?”
왕의 말에 점술가가 대답했다.
“삼족오의 후예 연오와 세오입니다.”
해와 달을 받아오다
아달라왕은 일본에 사신을 보냈다.
“신라의 해와 달을 가져오신 연오왕이시여! 깜깜한 신라의 사정을 살피시어 돌려주옵소서.”
사신을 맞은 연오왕이 대답대신 곁에 앉은 세오 왕비를 바라보았다.
“내가 짠 비단을 드릴 터이니, 하늘에 바치고 제사를 지내세요.”
왕비가 말했다.
사신은 비단 한 필을 정중히 받아들고 신라로 돌아왔다.
“하늘이시어. 이 비단을 받으시고 해와 달을 돌려주소서.”
아달라왕은
하늘에 간절히 기원했다.
제사가 끝나자, 신라의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해가 돌아왔다!”
“낮달도 돌아왔다!”
“이제 세상이 완전해졌다!”
금성이 다시 떠들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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