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혼내키면 호랑이가 온다 권영상 무심코 창문 밖을 내다본다. 그 놈이 간다. 털빛이 하얀 능글맞은 길고양이다. 데크 앞, 텃밭 이쪽과 저쪽으로 내가 늘 지나다니는 마당길을 마치 제 길처럼 가고 있다. “이 놈!” 소리쳐 을러메어본다. 발걸음을 멈춘 흰털 고양이가 데크 난간 사이로 나를 빤히 올려다보더니 대꾸하기 싫은 모양이다. 세상에 초연한 표범처럼 유유히 가던 길을 간다. 전엔 이 놈! 하면 놀라 냅다 달아나던 녀석이 요샌 들은 척 만 척이다. 내가 저를 향해 쫓아가는 흉내를 내도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실없이 왜 그러냐는 투로 느긋하게 걸어 울타리 사이로 빠져나간다. 아니, 저 놈이! 항상 안달하는 쪽은 나다. 영물이 그렇듯 고양이도 나이 먹을수록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듯하다. 요기 대여섯 집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