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2

홍시

홍시 권영상 이런저런 일로 부모님 추석 성묘가 면목 없이 늦어졌다. 어찌 됐던 그 일이 오늘 이루어져 천만 다행이다. 그 동안 마음으로 부모님께 성묘가 늦어질 거라고 몇 번이나 말씀은 드렸다. 뵙고 나니 마음이 많이 홀가분해졌다. 96세를 살다 가신 어머니는 인생의 많은 세월을 우환으로 시달렸다. 그 우환의 절반을 어머니는 불행히도 병원에서 보내셨다. 그런 탓에 나는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아보지 못하고 성장했다. 어머니의 사랑이란 게 어떤 빛깔인지, 어떤 향기인지, 깊다면 얼마나 깊고, 넓다면 얼마나 넓은지를 알지 못한 채 자라서 어른이 됐다. 그런 내 곁에는 어머니 대신 아버지가 항상 계셨다. 항상이라고는 하지만 아버지는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과 어머니 병구완을 위해 논밭에서 허덕이셨다. 어린 나는 가계비..

행복을 위해 잠시 멈출 줄 아는 일, 김현숙 동시집

행복을 위해 잠시 멈출 줄 아는 일, 김현숙 동시집 권영상 김현숙 시인의 와 마주 앉습니다. 행복합니다. 아무리 덥다해도 7월 볕으로 참나리는 피고, 글라디올러스는 향기를 뿜네요. 그렇듯이 여름날의, 시인의 시 바구니에서도 시의 향내가 담뿍 납니다. 그 향내 사이로 데구르르 굴러나오는 것, ‘축구공 하나’ 있습니다. 여름 한낮 축구공 하나가 동네 아이들 다 데리고 나왔다 학교 운동장으로 언젠가 시인들의 시를 읽는 자리가 있었지요. 나는 거기서 이 시 ‘축구공 하나’를 발견하고는 세상에나! 하고 놀랐지요. 김현숙 시인은 그후 첫 번째 동시집 를 출간했는데 거기에 실린 시들 모두 또 다른 이름의 축구공들처럼 제 눈을 사로잡았지요. 김현숙 시인의 시가 그렇게 특별한 것은 머리말에서 밝힌 시인의 이런 말과 관련..

문학비평 2020.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