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5

0.3초의 행복

0.3초의 행복 권영상 바람 분다 하더니 바람 분다. 마당가 조팝나무가 흔들리고 모과나무가 흔들린다. 흔들리는 건 그들만이 아니다. 건너편 산의 참나무들이 윙윙 바람 흉내를 내며 이리저리 몸을 흔든다. 바람 덕분에 기척 없이 살아가던 것들이 비로소 일어선다. 냉이꽃은 냉이꽃 대로 파르르 몸을 흔들며 일어서고, 나무는 나무대로 흔들흔들 몸을 흔들며 우주와 교신을 위해 잎을 피운다. 좀 힘들어도 풀이나 나무나 모두들 바람 불면 좋다. 다들 바람 속에서 흔들리며 살아온 것들이다. 그건 나도 그렇다. 조용할 대로 조용해진 마음보다 산란하게 마음이 흔들릴 때가 좋다. 그건 내가 살고 있다는 증거이니까. 나무든 사람이든 크든 작든 흔들려야 서 있는 자리가 굳건해진다. 바람 덕분에 처마 끝에 매달아 놓은 풍경이 찔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