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2

비 내리는 날의 풍경

비 내리는 날의 풍경 권영상 창밖에 비 내린다. 장맛비다. 빗소리가 아파트 마당을 꽉 채운다. 빗소리 외에 다른 소리가 들어설 자리 없이 오후가 요란하다. 창가에 서서 그 먹먹한 비를 내다본다. 아파트 마당가에 둘러선 모과나무, 감나무, 느티나무 가지들이 활처럼 휘었다. 나는 우산을 펼쳐들고 길에 나섰다. 오늘 같이 비 내리는 날 찾아가 볼 데가 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갤러리다. 갑갑한 생각을 뒤집어 보려고 가끔 찾아갔었다. 아니 더욱 솔직하게는 그림에 대한 감수성을 잃을까봐 찾아가곤 했다. 비는 갈수록 거칠어진다. 방향을 잃은 짐승처럼 휘몰아친다. 비는 신발이며 바짓가랑이를 적시더니 어깨며 등까지 집어삼킨다. 우산대를 잡고 비에 맞서는 일은 즐겁다. 요 근래 이렇게 쏟아지는 폭우는 처..

맹꽁이 우는 마을

맹꽁이 우는 마을 권영상 아침 기상예보 대로라면 비가 온다 해도 열흘 뒤 장마철이 되어서나 온다. 그동안 가물어도 너무 가문다. 동네 사람들 눈치 보며 수돗물을 받아다 텃밭에 뿌려준다. 작물이 폭염에 널브러져 가는 걸 보고 그냥 있을 수만은 없다. 가뭄을 한탄하고 들어온 저녁 무렵이다. 바람이 불고 낮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웬걸, 아닌 저녁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도 비도 폭우 수준이다. 기상예보가 몰라도 참 한참을 모른다. 온 들판이 거센 폭우에 행복한 비명이다. 그걸 보면서도 나는 가뭄에 단련돼 있어 잠깐 이러다 말겠지, 하고 끝나길 기다리지만 아니다. 밤을 새워 올 모양이다. 그제야 인터넷 날씨를 꺼내본다. 금방 바뀌었는지 밤 동안 100밀리 수준으로 온단다. 지붕에서 낙숫물 듣는 소리가 요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