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시계 3

시간을 새로 구입하다

시간을 새로 구입하다 권영상 “선생님, 줌 회의 들어가기 전에 잠깐 인사 말씀 좀 해 주세요.” 담당자가 회의 하루 전에 내게 부탁을 했다. 나는 선뜻 대답하고 짤막한 인사이긴 해도 할 말을 준비했다. 그리고 다음 날 2시간 전. ‘오후 7시 회의니까 10분 전에 들어와 주세요.’라는 문자가 왔다. 내 탁상시계가 회의 시작 15분 전을 가리킬 때다. 나는 담당자의 요구대로 10분 전에 들어가기 위해 주방으로 나가 냉장고 물병에서 물 한 컵을 따라 들고 들어오며 얼핏 거실 벽시계를 봤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시계는 7시 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부랴부랴 내 방으로 들어와 다시 탁상시계를 봤다. 10분전이 되려면 아직 4,5분은 더 있어야 했다. 휴대폰을 켰다. 머리가 아뜩해졌다. 회의 시간은 이미 6분이..

탁상시계

탁상시계 권영상 오늘, 탁상시계가 늘 해오던 임무를 멈추었다. 이럴 날이 올 줄 알았다. 느낌에 수명이 다 한 듯 하다. 그간 몇 번의 사고가 있었다. 결정적인 건 지난 금요일 줌 시상식을 앞두고 있을 때다. 담당자로부터 오후 7시 모임에 나와 간단한 인사말을 좀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후배가 문학상을 받는 시상식 자리였다. 그러잖아도 축하인사 한 마디쯤 해 드려야할 이유가 있어 시상식 시간을 기다렸다. 10분 전에 들어와 달라는 말대로 10분쯤 남겨놓고 줌 바로가기를 눌렀다. 아이디와 그쪽에서 준 비번을 넣으면 곧장 입장이 되었는데 뜬금없이 이메일 주소와 비번을 넣으라는 거다. 한번 넣은 비번이 틀리자 자꾸 틀렸다. 시계를 보니 7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아내가 내 방 문을 삐끔히 열었다. 벌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