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3

좀 기다리면 먹을 수 있단다

좀 기다리면 먹을 수 있단다 권영상 내 고충을 들은 딸아이가 컴퓨터를 구입해 놓았단다. 새로 컴퓨터를 사면 여러 파일을 옮기는 작업이 번거롭다. 딸아이가 제 직장으로 돌아가기 전에 바꾸긴 바꾸어야 했다. 지금 쓰는 컴퓨터는 산 지 12년이나 됐다. 적지 않은 시간이다. 그 사이 나는 직장에서 벗어났고, 안성에 텃밭을 구해 텃밭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러면서 퇴직 후의 일상에 그런대로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내 컴퓨터 작업이야 뻔하다. 주로 ‘한글’ 작업이다. 그외 방문자수가 14만 명쯤 되는 블로그가 있고, 거기에 필요한 사진 자료, 여기저기 정보를 찾는 일. 뭐 대충 그런 일 정도이다. 암만 그래도 활용을 잘 하는 이들의 양만큼은 따라가지 못한다. 그 정도인데도 컴퓨터는 힘겨운 모양이다. 전원을 넣고 부..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천성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천성 권영상 시골에 집을 두고 9년을 지내면서도 그간 사다리 없이 살았다. 사다리가 뭣에 필요한데? 그게 사다리를 사지 않으려는 미련한 나의 방어막이었다. 하긴 손바닥만한 텃밭에 토마토 심고 무 심고 사는데 사다리가 대체 무엇에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기둥과 추녀에 방부용 오일 스테인을 칠할 때뿐이다. 그 일은 꼭 해야 되는 일이다. 방부 뿐 아니라 방수, 방충 효과까지 있으니 그럴 때면 사다리가 필요하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 일도 3년에 한 번씩 하는 작업이다. 근데 그 3년을 용케 발명해 내는 이가 있다. 한 시간 반 거리에 사는 막내조카다. 직장에 다니는 그는 뭘 만들고 고치고 조립하고 밝혀내는 걸 좋아한다. 아뭇소리 안 하는데도 제가 알아서 ‘페인트칠할 때 됐잖아요.’ 하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