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익고 있다 권영상 서울행 버스정류장에 아내를 내려주고, 나는 마트 앞에 차를 댔다. 식품 몇 가지를 사 가지고 차에 오르려다 다시 내렸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바로 집으로 들어가기 아쉬웠다. 차를 두고, 가까이에 있는 개울을 향했다. 청미천이다. 개울 안에 시멘트로 만든 다리가 있다. 징검다리처럼 나트막하다. 노란 갈볕을 받으며 그 다리를 건너고 싶었다. 천변 양켠에 무성하게 자란 갈숲. 갈숲 안쪽에 펀하게 개울물이 흐른다. 다리를 건넌다. 그제야 못 듣던 개울물 소리가 철철철 요란하다. 발을 멈춘다. 물소리를 듣는다. 머릿속이 물소리처럼 철철철 살아나는 느낌이다. 웬만한 개울에서 들을 수 없는 큰 물소리다. 굽이쳐 흐르는 물결에 가을볕이 쏟아져 반짝인다. 물속을 들여다보니 개울바닥이 온통 굵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