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3

장미가 왔다

장미가 왔다 권영상 그 집에 장미가 왔다. 내가 서울을 잠깐 비운 사이 와 있었다. 그 집은 내가 다니는 길 건너편에 있다. 담장이 비교적 좀 높아 보이는 그 집은 지붕이 조금 밖으로 내다보이는 은밀한 집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지 아닌지 그 집은 언제나 한적하다. 늦은 오후, 내가 볼 일이 있어 그 집이 건너다보이는 이쪽 길을 가고 있을 때다. 장미는 나를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나를 향해 손짓했다. 나는 잠시 길을 멈추어 서서 예쁘고 깔끔한 장미를 바라보며 벌써 왔구나! 했다. 장미는 올해도 불타듯 빨간 입술을 하고 왔다. 내가 아는 그 집 장미는 언제나 빨간 입술이다. 그렇다고 그게 질린다거나 싫다는 말이 아니다. 흔하긴 하지만 그 집 장미에게 있어 그 빨간 입술은 초록 살결과 대비되어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