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3

젤로가 사라졌다 23회- 기파화랑

이야기 바다에 빠지다 19. 기파화랑  신라를 동경하다  신라로 가고 싶다.천년이 걸리든 천오백 년이 걸리든그곳으로 가그곳 살구나무 아래 모여사는 마을에서, 이야기꾼 가득한 골목에서, 보리가 파랗게 자라는 들밭에서, 꽃을 키우는 뜰에서, 바위를 타고 고기를 잡는 바다에서,닭 울음에 귀기울이던 계림 숲에서신라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그들을 만나면 나는 먼저 인사할 테다.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그들의 손을 잡고 반가워요, 반가워요. 할 테다.경주 남산에 올라 머리에 깃을 꽂은 화랑을 만나고, 화랑 중에서도 빼어나고 빼어난기파 화랑을 만나겠다.그를 만나면 그가 얼마나 멋진 화랑이었는지그의 의리가, 그의 우정이 얼마나 사람들을 감동시키는지그가 얼마나 겸손했는지 그 이야기를 듣고 싶다.신라의 나무들이며 풀들이며, ..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시간 권영상 집으로 돌아가는 오후 6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코로나 탓인지 승객은 셋. 춘천버스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산 구비를 돌 때마다 저물어가는 시각 때문인지 속력을 낸다. 먼 산등성이 위의 하늘은 석양으로 붉지만 산 아래 마을엔 서서히 어둠이 깃든다. 어느 마을인지 푸른 연기 한 줄기가 길게 솟는다. 모르기는 해도 어느 농가의 마당에 떨어진 낙엽을 모아 태우거나 짚부스러기를 태우고 있겠다. 차창 너머, 먼 곳의 연기를 바라보는데도 내 코가 반응한다. 낙엽 연기의 알싸함을 느낀다. 코가 매운 듯이 벌름거린다. 오랫동안 살아오며 느끼는 후각 경험이다. 낙엽을 태우고 있는 불 곁엔 지금쯤 농가의 어느 아버지가 갈퀴를 들고 서 있겠다. 저녁 먹으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불을 두고 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