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만나는 올똘댁 할머니 권영상 코로나19가 힘을 잃어가자, 결혼식 초대장이 심심찮게 날아온다. 오늘은 조카의 딸 혼사가 있는 날이다. 다행히 혹한을 이어가던 날씨가 풀렸다. 예식을 마치고 바깥에 나오니 예식장의 넓은 뜰이 봄처럼 뽀얗다. 나는 고향 분들을 배웅하려고 그분들이 타고 올라온 전세버스로 향했다. 고향을 떠나온 지 40여년. 버스 곁에 서 있는 나를 보고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준서 삼촌이시죠?” 중년의 중후한 남자가 내 앞에 와 인사를 했다. 머뭇거리는 내게 그가 대뜸 말했다. “저, 자름집 막네이입니다.” 그는 자신의 고향집 택호를 얼른 댔다. 그제야 나는 ‘아, 자름댁!’ 하며 반겼다. 그 순간 그 옛날 자름댁 어른이신,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중년의 남자의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