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지구를 탈출하다 권영상 드디어 제주로 간다. 이건 뭐 지구를 탈출하는 기분이다. 2박 3일 코스인데 마치 코로나가 결코 없는 혹성으로 이민을 가는 것 같다. 내가 살던 곳이여 안녕! 함께 울고 웃던 벗들이여, 친지들이여, 후배들이여, 안녕! 강아지 난나야. 창가에 크는 부켄베리아야, 혼자 가는 내가 미안하다. 부켄베리아 꽃그늘에 집을 둔 십자매야, 너희들 밥은 또 누가 챙겨주나.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이민은 안 되겠다 싶다. 나는 달뜬 마음을 한번 가다듬는다. 돌아보니 해마다 1월이면 제주에 갔다. 그런데도 갈 때마다 제주는 타국 같다. 안달루시아나 마드리드, 그것도 아니면 뭄바이, 또는 룩소르의 어느 붉은 야자수 사원이 있는 나라 같다. 남국이다. 남국 중에서도 수많은 오름을 거느린 오름의 제..